외교

검찰 개혁,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최만섭 2019. 10. 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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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일선 검찰청에 공개 소환 전면 폐지를 지시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전날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과정이 모두 언론에 공개되지 않아 ‘황제소환’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당초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공개 소환 방침을 밝혔다가 비공개 소환으로 바꿨다. 윤 총장의 지시에 따라 검찰이 조 장관을 소환하거나 다시 정 교수를 소환할 경우 비공개로 하게 됐다. 조 장관 부부가 공개 소환 제도 폐지의 첫 번째 수혜자가 된 셈이다.

물론 비공개 소환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는 것은 인권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공인이 아닌 일반인 신분일 경우 더욱 그랬다. 국민의 알권리도 있지만 인권을 존중하는 수사가 더 큰 가치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조 장관 가족에 대한 맞춤형 비공개 소환처럼 된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인권을 보호하되 검찰 수사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국민의 알권리 등을 조화시키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윤 총장의 이번 지시는 검찰이 내놓은 두 번째 개혁 방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지 하루만에 내놓은 첫 번째 자체 개혁안은 서울중앙지검 등 3곳을 제외한 모든 검찰청 특수부 폐지, 외부기관 파견검사 전원 복귀 후 형사·공판부 투입,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중단 등이었다. 검찰은 이어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 공개 소환, 심야수사 등 검찰권 행사 방식도 전반적으로 점검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공개 소환 전면 폐지는 이 약속에 따른 조치다. 사실 검찰 개혁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해 나가면 된다. 청와대도 검찰의 첫 번째 자체 개혁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도 검찰이 개혁을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몰아붙이는 여권의 의도는 무엇인가. 현정권 실세인 조 장관을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하는 것에 불과하다. 여권은 검찰이 대통령 인사권에 저항한다거나 정치에 뛰어든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윤 총장 거취까지 거론하고 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다. 수사 관행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사 관행 개선을 앞세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 해선 안 된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느냐 여부는 권력으로부터 독립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그러나 지금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을 가로 막으면서 이를 검찰 개혁이라고 호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 장관을 비호하기 위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날 각종 혐의를 깎아 내리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징후마저 보이고 있다. 검찰 개혁을 막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