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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정성희]‘사걱세’ 간부의 위선

교육정책 좌지우지한 사걱세
사걱세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 근무했던 사람으로부터 “교육부 위에 청와대 있고 청와대 위에 사걱세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오후 10시 이후 학원 금지, 박근혜 정부의 선행학습 금지는 사걱세 주장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고 문 정부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과 학교차별금지법도 애당초 사걱세의 아이디어다.
사걱세가 대단한 이유는 제도 개선에 노력하는 것 못지않게 학부모들의 계몽과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내 친구 중에도 사걱세가 운영하는 등대지기 강의를 듣고 아이의 학원을 모두 끊은 경우가 있다(나중에 다시 보냈다). 그러니 아이의 행복과 사교육의 폐해에 대해 TV 등 여러 경로로 강의해온 사걱세 간부가 자녀를 대치동 유명 학원으로 실어 나르고 결국 영재학교에 입학시켰다는 보도에 눈이 휘둥그레진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이다.
페이스북에 가보니 자신의 아들은 수학을 좋아하고 재능도 있는데 현 입시제도에서 현실적으로 학원 도움 없이 진학할 수 없어 학원에 보냈으며 이는 평소 자신의 가치관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해명이 있었다. 사걱세는 진짜 영재가 아니라 학원에서 만들어진 영재를 뽑는 영재학교 선발방식에 문제를 제기해온 단체다. 인상적인 것은 세상의 비난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쿨’한 자세였다. 문 정부 국민인수위원으로 활동한 이 사람은 “현 정부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분들이 저를 경계했다”는 코멘트도 잊지 않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다.
학부모들의 배신감 모르나
이번 사건은 이 사람의 강연을 듣고 그를 추종했던 학부모들의 제보로 밝혀졌다. 배신감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일 것이다. 배신감도 배신감이겠지만 정말 주목해야 할 점은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사교육을 시키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사교육은 뿌리가 깊다는 점이다. 이것만 봐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멀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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