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부發 민간 일자리 파괴를 경계한다
입력 : 2017.06.01 03:14

공공 부문 고용 확대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새 정부의 구상은 우리나라가 여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공공 부문 고용 비중이 낮고 민간의 고용 창출 능력이 떨어져 공공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세계의 경험치는 그 반대다. 공공 부문 고용 확대가 오히려 민간 일자리를 줄이고 실업자를 늘리는 역풍에 시달렸다. 적지 않은 개발도상국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파리정치대학 얀 알간(Algan) 교수팀이 미국·독일·스웨덴·일본 등 OECD 17개국 대상으로 1960~2000년 노동시장과 공공 부문 고용을 분석한 결과, 공공 부문 일자리가 1개 생기면 민간 일자리는 평균 1.5개가 사라지고 100개의 공공 부문 일자리는 33명의 실업자를 만들었다. 이처럼 공공 부문 고용이 민간 일자리를 밀어내는 구축(驅逐) 효과는 일자리 측면에서 공공과 민간의 질적 차이가 벌어질수록 커진다. 덴마크나 스웨덴 등 북구 복지국가에선 격차가 작고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이나 스페인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새 정부의 공공 부문 고용 확대가 자칫 OECD 평균보다 더 큰 부작용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공 부문 고용 확대의 민간 일자리 구축 효과는 공공 부문 일자리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공공 부문의 일자리가 민간 부문이 대체할 수 없는 국방이나 치안 등에서는 민간의 일자리를 밀어내는 효과가 작지만, 복지 등 민간이 할 수 있는 사업을 공공 부문이 맡는 경우 구축 효과는 커진다. 또한 공공 부문 일자리에 주어지는 특혜가 민간보다 많을수록 공공 부문의 고용 확대에 의한 민간 일자리 파괴 효과는 커진다. 공공 부문 근로자에 대한 고용, 급여와 후생복지, 연금 등에서 특혜는 부패를 야기할 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 부담을 키우고 민간 기업에 인건비 증가 압력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공공 부문 고용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부작용도 커져 왔다. 신분이 법으로 보장되는 공공 부문 근로자는 노동조합 효과로 급여가 올라가면서 보수 수준이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게 되었다. 반면 민간의 일자리는 안타깝게도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교사의 증원과 처우 개선에도 공교육의 질은 제자리걸음이다. 또 공무원연금이 국가 부채 증가의 최대 원인이 될 정도로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지만 공공 부문 부패지수는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민간과 공공의 일자리 질이 역전되어 공공 부문 취업에 매달리는 '공시생'은 넘쳐나는데도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는 공공 부문의 고용 확대로 인해 민간 일자리가 파괴되지 않도록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공공 부문에 대한 혁신 없이 그냥 고용만 늘리면 새 정부의 노동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31/20170531035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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