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정부, 사드 배치 검토

최만섭 2016. 1. 30. 10:19

"北은 核도발하고 中은 감싸는데… 확성기만 틀 순 없다"

정부, 사드 배치 검토

美·中 담판 성과 없이 끝나고 北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안보라인 '사드 배치론' 힘 받아 中에 "제재 적극 나서라" 압박도

우리 군 소식통은 29일 "한·미 군 당국 사이엔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이미 지난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군 내부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가속화 때문에 사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고, 이에 따라 한·미 정부가 사드 배치 공론화의 타이밍만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줄곧 "미국 측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3노(No)' 입장을 유지해왔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대북 레버리지를 가진 중국을 의식한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한·중 간 '균열'이 생기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박 대통령은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위협 이런 것을 우리가 감안해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 나갈 것이다. 오로지 기준은 그것"이라고 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 배치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사드 배치 문제가 한·미·중 간의 안보 현안으로 부상한 것은 2014년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 사령관이 "미 측에서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부분이고 제가 또 개인적으로 (본국에) 사드 전개를 요청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미국 정부나 군의 고위급 인사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추진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후 북한의 위협이 가시화하거나 미·중 간의 이해관계가 갈리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사드 배치 문제는 단골 이슈로 언급됐다. 작년 3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한국 가입 문제로 미국이 불편해하는 상황에서 미·중 외교 당국의 한반도 담당 차관보가 동시에 서울을 찾아 사드 문제를 놓고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잠복기에 들어갔던 이 문제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민감 현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27일 대북 제재 수위를 둘러싼 미·중 외교장관 간 '베이징(北京) 담판'이 사실상 별 성과 없이 끝나면서 우리 안보 라인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론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실험까지 준비 중인 상황도 작용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까지 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확성기밖에 없다"며 "우리도 (사드와 같은) 다른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안보 라인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자위권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검토할 수 있는 명분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고 했다.

동시에 '사드 배치론'에는 중국을 향해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라'고 압박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원치 않는다면 중국이 북한을 더 강하게 제재해,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같은 위협 요소를 제거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공개하고 바로 논의에 들어가 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공식 제안을 해오면 그때부터 공론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배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먼저 요구하는 쪽이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사드 포대가 주한 미군에 배치되면 포대당 약 2조원에 달하는 배치 비용 부담도 일단 미국이 지게 된다. 주한 미군 외에 우리 군도 사드를 도입할 경우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드 검토 의사를 밝히면서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라는 표현을 썼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는 사드 도입 범위를 일단 주한 미군에 국한시 키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사드 배치 여부와 관련, 청와대 일각에선 "아직 유동적"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대북 제재와 관련된 유엔 차원의 논의가 진행 중에 있고 대중 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까지 감행할 경우, 그런 의견이 사드 배치론에 묻힐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