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머니, 그리고 이별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내 삶의 여정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여덟 살 도신 스님이 어머니와 생이별한 후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간절히 기도했듯, 나 또한 내 삶에서 많은 이별과 만남을 통해 이 질문을 품어왔다.
도신 스님은 어머니를 기다리며 원망과 그리움 속에서 살았다. 그러나 결국 어머니를 향한 감정을 초월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며 수행의 길을 걸었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상실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이별을 넘어설 때,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2. 현재에 머문다는 것
최훈동 정신과 전문의는 IMF로 인해 부도 위기에 처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에게 위안이 된 것은 ‘현존 감(現存感)’이었다. 명상을 통해 ‘지금 여기’에 온전히 머물렀을 때, 그는 비로소 과거의 아픔과 미래의 불안을 내려놓고 자유로워졌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 속에서 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우리가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는 과거와 미래를 넘어서, 현재를 살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3. 수행과 깨달음
법정 스님은 출가한 이유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도, 생로병사를 초월하기 위해서도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단지 "법정답게 살기 위해" 수행을 택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현각 스님 또한 신해행증(信解行證), 즉 믿고, 이해하고, 실천하며, 증명하는 수행의 길을 강조했다. 수행은 단순한 명상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다.
4.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어머니를 기억한다. 어머니는 가난과 고된 노동 속에서도 한 번도 불평하지 않으셨다. 일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셨다.
우리는 흔히 **"행복하게 살라"**는 말을 듣지만, 정작 그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른다. 행복은 자신이 가장 잘 보이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다. 어머니처럼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며 삶을 충실히 살아갈 때,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5. 나는 누구인가?
나는 수행자이면서 작가이고, 누군가의 자식이자 친구이며, 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다.
우리는 모두 수많은 역할을 가지지만, 그 어느 것도 ‘진짜 나’는 아니다. 불교에서 말하듯, ‘나’라는 존재는 결국 여러 인연과 업(業)의 조합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음을 비울 때,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다.
진목 법사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동굴 탐험을 수행에 비유했다. 수행은 잡념을 걷어내고,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과정이다. 그 끝에 가 닿으면, 우리는 “나는 나를 보았다”라고 외칠 수 있을 것이다.
6. 나는 문화 전도사다
나는 글을 읽고, 쓰고, 나누는 일을 사랑한다. 법정 스님이 자기답게 살기 위해 수행을 택했듯, 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는 삶을 택했다.
나는 70이 넘어서야 나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에는 성공을 좇았고, 때로는 흔들렸지만, 이제는 단순한 기쁨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매일 새벽 좌선을 하며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아름다운 글을 공유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내가 찾은 답은 이것이다. 나는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있지 않고, 바로 이 순간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복임을 깨닫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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