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국정농단 수사한 ‘똑부 검사’… “검찰 중립성 지킬것”
尹정부 첫 검찰총장 이원석 후보자 누구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원석(53·사법연수원 27기)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윤석열 사단’의 핵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바로 곁에서 보좌했다. 이는 ‘윤석열 검찰’이 ‘조국 일가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을 수사하자 문재인 정부가 윤 대통령과 주변을 강하게 압박하던 시기와 겹친다. 검찰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이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때 총장과 대검 참모로 어려움을 같이 겪으며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전했다.
그에 앞선 두 사람의 인연은 이 후보자가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인 2007년 당시 대검 검찰연구관이었던 윤 대통령과 함께 삼성그룹 비자금 및 로비 의혹 사건 수사에 참여한 정도가 회자한다.
이 후보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검사 임관 후 특별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그 분야 경력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후보자가 2015년 옛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에 해당하는 대검 수사지휘과장일 때 한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을 지냈고, 이 후보자가 2016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에 발탁됐을 때 한 장관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을 맡았다.
한 법조인은 “이 후보자는 2019년 7월 한 장관과 함께 대검 부장(검사장)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좌하게 되면서 ‘윤석열 사단’에 합류하게 된 셈”이라고 했다. 당시 이 후보자는 대검 기조부장으로 주요 현안에 대응하는 역할을 했고, 한 장관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조국 사건 등의 수사를 지휘했다.
2020년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사단 학살 인사’를 하면서 이 후보자는 수원고검 차장검사, 한 장관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각각 좌천됐다. 한 검찰 간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던 두 사람은 문재인 정권의 핍박을 같이 받으며 동병상련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특별수사 부서와 기획 부서를 두루 거친 ‘특수·기획통’이란 평가를 받는다. 2002년 불법 대선 자금 사건, 2005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 2007년 삼성 비자금 및 로비 의혹 사건, 2011년 오리온 비자금 사건, 2016년 정운호 법조 비리 게이트 등의 수사에 참여했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때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고 기소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이 후보자는 ‘똑부(똑똑하면서도 부지런함)’ 스타일로 굉장히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이라며 “역대 검찰총장 가운데 조직 장악력이 가장 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후보자는 전남 보성 출신으로 서울 중동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로 임관한 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대검 수사지휘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기조부장, 제주지검장 등을 지냈고 지난 5월 대검 차장이 됐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임기를 남긴 상태에서 사임하면서 이 후보자는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한 전직 대검 간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 장관과 이 후보자는 검찰 인사나 정책에서 매우 협조적인 관계였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취재진에 “저는 총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많이 부족한 사람으로, 비결이나 지름길은 있을 수 없다”며 “국민 목소리를 더욱 겸손하게 경청하고 기본권 보호에 모든 힘을 다 쏟겠다”고 했다. 그는 검찰총장 직무대리로 ‘전세 사기 엄벌’ ‘보이스피싱 수사 강화’ 등 민생 관련 수사를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 후보자 앞에는 문재인 정부의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련한 ‘대장동 특혜·비리’ ‘백현동 개발 비리’ 등 주요 사건 수사가 쌓여 있다. 이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 가까운 만큼, 사정(司正)을 총괄하면서 검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이 후보자는 “밖에서 염려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검찰의 중립성은 국민 신뢰의 밑바탕이자 뿌리로, 검찰 구성원 모두 중립성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 가치를 소중하게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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