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이 책!] 피투성이 된 자신 살려준 소녀 위해 마지막 소원 빌어 은혜 갚은 고양이
입력 : 2022.08.11 03:30
33번째 달의 마법
작가가 책 앞부분에 적어 놓은 '서문'(序文)을 꼼꼼하게 읽고 나서 본문을 읽는 것은 책을 잘 읽는 방법 중 하나예요. 서문은 첫머리에 책의 내용이나 글을 쓴 목적 따위를 간략하게 적은 글을 의미해요. 그러니 급한 마음에 서문을 건너뛰면 책이 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크게 줄어들 수 있지요.
이 책을 쓴 한정영 작가는 서문인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달빛 아래서 고양이를 만난다면, 미소를 지어 주세요."
책의 주인공인 봄이는 고양이예요. 다른 고양이들은 봄이를 '늑쾡이'라는 별명으로 불러요. '늑대처럼 거칠고 사나운 고양이'라는 뜻이에요. 봄이가 이렇게 사나워진 데는 이유가 있어요. 길고양이인 봄이는 어릴 적 사람 때문에 어미를 잃고, 한쪽 눈의 시력도 잃었어요. 다리도 절뚝거리게 됐고요.
하지만 봄이에겐 마녀에게 받은 특별한 능력이 있어요. 보름달이 뜨는 날, 의류 수거함 속에 있는 옷을 꺼내 입으면 사흘 동안 그 옷의 주인으로 변신하는 능력이 있거든요. 그리고 33번째 달이 뜨는 날 변신을 하면, 그 사람 모습으로 영원히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럼 더 이상 사람에게 쫓겨 다닐 필요도 없고, 배고플 일도 없어지는 거예요.
봄이는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요. 마침내 33번째 달이 뜬 날이 왔어요. 봄이는 꽃 장식이 달린 블라우스를 입고 사람으로 변신해요. 그러고는 옷의 주인인 한 소녀 집으로 찾아가지요. 그런데 봄이를 본 소녀는 침착하게 말합니다. "왜 이제 왔어. 내 이름은 태이야. 알고 있지? 너는 특별하니까!" 태이는 봄이에게 "엄마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는 훌쩍 떠나 버립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봄이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태이와 봄이는 오래전부터 아주 특별한 인연으로 묶여 있었어요. 술 취한 사람이 이유 없이 어린 봄이의 가족에게 돌을 던져 어미가 죽게 된 그날 밤, 피투성이가 된 봄이를 안고 병원까지 달려간 사람들이 바로 태이와 태이의 엄마였어요. 심장이 좋지 않아 늘 몸이 아팠던 태이는 엄마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봄이를 건강한 사람으로 변신시켜 몸을 바꿔달라는 소원을 빌었던 거예요.
태이는 지금 길고양이가 되어 거리를 헤매고 있어요. 봄이가 마녀를 찾아가 태이를 구할 방법을 묻자, 마녀는 봄이에게 소원을 단 하나 말하고 이룰 수 있는 달의 마법이 있다며 "하지만 네 소원을 쓰면, 이제 너는 다시 사람이 될 수 없어. 그래도 괜찮아?" 하고 물어요. 봄이는 결국 영원히 사람으로 살 기회를 포기하고 고양이가 된 태이와 다시 몸을 바꿔 달라고 소원을 빌어요. 이 책을 읽고 나서 달빛 아래서 고양이를 만난다면, 미소를 지어 줄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