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성폭력 두번 당했다” “발설말라”... 정의당도 前청년대표 신고 묵살

최만섭 2022. 5. 17. 04:54

“성폭력 두번 당했다” “발설말라”... 정의당도 前청년대표 신고 묵살

강민진 前 청년정의당 대표 폭로

입력 2022.05.16 18:19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의원총회를 열어 성폭력 사건을 일으킨 박완주 의원을 제명한 가운데 정의당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으나 당 지도부가 묵살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열린 전국 행사의 뒷풀이 자리에서, 모 광역시도당 위원장은 저의 허벅지에 신체접촉을 했다”라며 “고민한 끝에, 저는 이 같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대선 선대위 관련 회의에서 여영국 대표 등에게 처음 공식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회의 현장에서 여영국 대표는 ‘이번 일은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내가 해당 위원장에게 경고를 하겠다. 아무도 이 일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결론을 지었다”라고 했다.

강민진 전 대표는 “‘발설하지 말라’는 말은 저에게도 압박으로 다가왔다. 저 역시 공식 절차를 밟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회의에서의 당대표의 반응을 보며 ‘역시 앞으로도 영원히 침묵할 수밖에 없겠구나’ 라고 체념했다”라며 “그날 회의가 끝나고, 해당 위원장으로부터 계속 전화와 문자가 와서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저는 그로부터 사과문을 받고, 사과문을 수용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라고 했다.

강 전 대표는 “해당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의 단체장 후보로 출마했다”라며 “며칠마다 한 번씩 제 휴대폰으로 그의 선거운동 홍보 문자가 오고, 그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정의당은 공직후보자 심사 과정에서 성폭력 전력을 공천여부 판단의 기준으로 두고 있으며, 타 정당에 비해 엄격한 공천 기준을 세우고 있음을 홍보해왔다. 그러나 제 사건에 대해 당대표도 알고 있고,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자격심사위원장인 사무총장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의사를 한 번도 묻지 않은 채 당은 그를 지방선거 후보로 공천했다”라고 했다.

 

강 전 대표는 또 청년정의당 당직자 A로부터도 성폭력을 당했다면서 “하지만 그는 지금도 주요 당 간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며칠 전 저는 그를 정의당 당기위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묵묵히 당의 절차에 응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 믿었던 제 생각이 크나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이제 알기에 더 이상 침묵할 수가 없다”라며 “묻고 싶다. 바깥으로 논란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정의당다운 방식인가. 그리고 대외적으로 논란이 되면 진실이 무엇이든 개인에게 책임을 넘기고 꼬리를 자르는 것이 정의당다운 방식인가. 저는 또다시 당내에서 성폭력을 당해야 했다. 그동안 당은 무엇이 바뀌어 왔나. 제가 헌신하고 사랑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하고 싶었던 당에 실망하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피눈물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저는 대한민국에 진보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현재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을 끝까지 응원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을 것”이라며 “부족한 저를 품어주셨던 당의 고마운 분들에게는 끝까지 은혜를 갚아 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동안 미숙하고 어리석었던 저를 성찰하고, 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 정의당 역시 이제는 정말로 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조만간 강 전 대표 주장에 대해 내부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