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악

[선우정 칼럼] 조국이 울고갈 한동훈 청문회

최만섭 2022. 5. 11. 05:17

[선우정 칼럼] 조국이 울고갈 한동훈 청문회

거대여당 때 베일에 숨겨져 있던
야당 의원들의 밑천이 드러났다
조국 지지층 환심이나 사려고
수호대·호위무사 자처했을 뿐
조국 뒤에서 놀고먹은 것이다

입력 2022.05.11 03:20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민주당 입장에선 조국 전 법무장관의 복수전 성격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공부 부족으로 헛발질을 남발하면서 한 후보자의 완승으로 끝났다. 누구보다 조 전 장관의 낙담이 클 것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국 전 법무장관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잔다”고 했다. 이런 의원이 조 전 장관 가족 비리를 수사한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착각하고 발언했다가 청문회 전체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김 의원을 돕는 보좌진만 8명이다. 본인 연봉을 합쳐 세금 6억원가량을 매년 인건비로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관련 기사를 제대로 읽었으면 그런 실수는 막을 수 있었다. 기도만 하고 공부는 안 한 모양이다.

같은 당 최강욱 의원의 보좌진은 9명이다. 작은 기업 규모다. 이런 의원이 익명 처리된 기부자 이름을 한 후보자 딸 이름으로 단정하고 발언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사실은 기업 이름인 ‘한국쓰리엠’이었다. 이게 사람 이름이면 성은 ‘한’이고 이름은 ‘국쓰리엠’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김 의원처럼 최 의원 실수도 한 후보자가 즉석에서 바로잡았다. 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익명 처리된 이름이 ‘영리법인’ 이름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다. 상대방이 바로 알아낸 사실을 어떻게 10명이 몰랐나.

청문회 초반 최강욱 의원을 청문회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후보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최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라 공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사실 이것은 그에겐 한가한 문제에 속한다. 그는 친분이 있는 조국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조국 비리의 공모자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청문회에 나와 “부모 찬스” 운운하면서 조국 비리 수사 당사자를 검증하는 게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조차도 최 의원에겐 한가한 문제에 속한다. 그가 청문회에서 열을 올릴 때 민주당은 그를 당 윤리심판원에 넘겼다. 민주당 화상회의 때 최 의원이 화면을 켜지 않은 의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고, 이를 은폐하려고 했고, 이 문제를 외부에 말한 유출자를 색출하려고 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자칭 ‘검찰 개혁’ 회의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때 성희롱 발언을 들은 당사자이면서 입을 다문 사람이 ‘이모’ 김남국 의원이다. 성희롱 가해자와 피해자가 경쟁하듯 헛발질을 하면서 복수 기회를 날려먹었다. 조 전 장관의 낙담 소리가 TV 너머로 들리는 듯했다.

한동훈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보여준 초식(招式)은 특별하지 않았다. 꼼꼼하고 정확했을 뿐이다. 김남국 의원이 미국의 사법 룰을 내세워 비판했을 때 한 후보자는 그가 어떤 신문 기사를 보고 말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한 후보자는 기사가 잘못이라고 지적했고 김 의원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같은 당 김종민 의원이 똑같이 주장했다. 김남국 의원이 지적당할 때 자리에 없었던 모양이다. 한 후보자는 귀찮은 듯 이번엔 바로잡아주지도 않았다. 김종민 의원의 보좌진은 10명이다. 지지자들 환심을 사려고 수호대를 자처했을 뿐 조국의 신원(伸冤)을 위한 공부는 다들 게을리했다. 조국 뒤에서 그냥 놀고먹은 것이다.

 
왼쪽부터 술주정 청문회 비판을 들은 이수진 의원, 이모 교수를 이모라고 해 망신을 당한 김남국 의원, 한국쓰리엠을 한 후보자 딸 이름이라고 했다가 웃음거리가 된 최강욱 의원.

이번 청문회는 괄목할 만한 문제적 인물도 발굴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다. 험악하기가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손혜원 전 의원을 합쳐 놓은 수준이었다. “검찰 수사 인력이 6000명이나 되는 나라가 세상에 있느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한동훈 후보자가 “내가 근무해서 아는데 미국은 더 많다”고 했다. 그러자 “정말 이런 식으로 할 거냐”고 소리쳤다. 한 후보자가 “말씀해 달라”고 하면 “뭘 말씀해?”, “당연한 말씀”이라고 하면 “당연해?”, “잘 새기겠다”고 하면 “비꼬냐?”고 했다. 의원들이 웃으면 “웃지 말라”로 고성을 질렀다. 온라인엔 “낮술 했냐”는 소리가 나왔다. 취권이란 이름이 붙은 패러디도 돌았다. 주폭(酒暴) 같아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람이 재선, 삼선하면 어떻게 될까 싶었다.

사실 능력보다 자격이 더 문제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 후보자 딸의 전자책 표절 의혹을 파고들었다. 후보자 딸은 고교 2학년이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은 석사 논문 표절을 스스로 인정한 이재명 전 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이들은 한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도 제기했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은 본인도 위장전입을 했으면서 위장전입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김상환 대법관 임명을 문제 삼지 않았다. 여당 때 막 나가다가 보니 과거와 현실, 미래가 꼬일 대로 꼬였다. 앞으로 모든 일이 그제 청문회처럼 겉돌 것이다.

한 후보자를 검증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인적 스펙이 우수한 편이라고 한다. 이수진 의원이 저래 보여도 서울대 나온 판사 출신이다. 이번 청문회로 세계 최대의 특권을 누리는 한국 국회의원, 특히 야당이 된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밑천이 훤히 드러났다. 뜻깊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 후보자가 장관도 되기 전에 열 일을 하고 있다.

 
 
뉴스총괄에디터, 사회·국제·주말뉴스부장,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