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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임명에 목소리 더 커졌다, 검수완박 몰아붙인 ‘처럼회’

최만섭 2022. 4. 17. 08:37

한동훈 임명에 목소리 더 커졌다, 검수완박 몰아붙인 ‘처럼회’

[주간조선]

배용진 기자
입력 2022.04.17 05:4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월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를 소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대표되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에 착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내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은 친문 강성 지지층의 압박이 검수완박 추진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지난 4월 13일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대전에서 현장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권력기관 선진화를 위한 검찰개혁안을 결정했다”며 “검찰 정상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하루 전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검수완박의 당론 채택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수완박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최종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검찰의 6대 중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위해 검사의 직무를 ‘수사’로 규정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관련 조항을 수정·삭제한다는 계획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만 할 수 있게 된다.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서는 친여 성향의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조차도 현재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변은 지난 4월 12일 논평에서 “‘검수완박’ 방향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더라도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도 같은날 ‘검찰 개혁 관점에서 본 검수완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참여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았고 검경 간 협조 체계 부재(不在)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지금은 검경수사권 조정을 안착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일방적으로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것은 무리라는 우려다. 참여연대는 “형사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입법은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며 “검찰 개혁 관점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논의될 수 있지만, 이는 복잡한 영역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친여 성향 시민단체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검수완박을 민주당이 정권 이양기에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내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은 민주당의 이번 검수완박 관련 움직임이 특별한 계획하에 논리적으로 추진되는 일이라기보다는 친문 강성 지지층의 여론에 떠밀려 하는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전직 의원은 “친문 지지층의 집단적 행동이 워낙 강하다”며 “의원들이 앞뒤를 재고서 하는 게 아니라 집단적 움직임에 압박을 느끼고 추진하는 일이라는 데 비중을 둔다”고 말했다. 최근 딸의 의학전문대학원과 고려대 합격이 취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아직까지 관련 메시지를 내는 것도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한동훈 임명이 민주당 내 신중론 내몰아

실제로 이번 검수완박 관련 움직임은 ‘처럼회’ 등 민주당 내에서도 특히 강경한 그룹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민주당 내 강성 초선 모임인 처럼회에는 최강욱 전 열린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김용민·황운하 의원 등이 속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는 가장 갈등이 심했던 인물들이다. 원외에서는 강성 여론을 주도하는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기자 등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현재 검수완박에 대한 요구가 ‘문빠’로 대표되는 결집된 소수의 의견은 아니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꽤 많은 당원들이 검수완박에 대한 요구를 하고 있고, 이 같은 의견이 당내 주도적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민주당 한 관계자는 “출근인사를 하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셔서 ‘검수완박 통과 안 시키면 선거 때 표 받을 생각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그런 일들을 선출직들이 지금 다 겪고 있고,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4월 13일 윤 당선인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이 민주당 내에서 신중론이 설 자리를 더욱 좁혀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에는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등 검수완박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당내에 어느 정도 있었는데, 한 검사장의 지명은 이들의 명분을 없앴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실이 변하지 않았는데 검수완박을 해야 한다는 명분은 더 강해졌다”며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정말 검수완박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문 정권 겨냥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검수완박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관측도 한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산업부 블랙리스트,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문재인 정권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한 우려가 무리수를 두게 만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꾸준히 검찰개혁을 외쳐온 만큼, 정권이 바뀌면 검찰의 보복성 수사가 개시될 것에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이 지난 3월 25일 산업부와 산하 8개 기관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을 엿볼 수 있는 조짐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는 이 시기에 검수완박을 추진하면 많은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고문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거부권 행사하면 친문 가만있지 않을 것”

다만 검수완박이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상임고문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막기 위한 시도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윤 당선인이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윤 당선인이 최측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고등학교 후배인 이상민 변호사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이미 수사권이 행안부 장관이 관장하는 경찰에 어느 정도 넘어가 있는 만큼,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뒤 검사들과 수사관들을 파견받으면 문 정권과 관계된 대형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수사팀을 구축하는 것이 실제 가능하다. 여기다가 법무부 장관은 검사와 수사관들에 대한 인사권을 지니고 있다. 특검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상설특검을 대통령에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여야 합의 없이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앞으로의 일정은 검수완박 관련법의 본회의 상정과 통과가 남아 있다. 민주당 출신의 박병석 의장이 본회의를 아예 소집하지 않는 방법이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변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결국 문 대통령이 서명을 하느냐 마느냐인데, 서명을 하지 않고 임기가 끝나면 친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필리버스터를 강제 중단시키려면 의원 정수 5분의3이 동의해야 하는데,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을 모두 끌어모아도 5분의3에 해당하는 180석에는 한 석 모자란다. 정의당이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현재 정의당과 국민의당을 모두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5월 3일에는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날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