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진짜 시험대 오른 안철수
미래 청사진 제시한 대권 주자
공약 거품 뺄 악역 맡고
구태의연 진영 논리 넘어서
교육·노동·연금개혁 주도하길
안철수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낙점을 보고 화제가 됐던 삼프로TV의 안철수편을 다시 들춰 봤다. 각종 경제·사회 현안에 거침없이 답하는 내공이 돋보였다.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비전과 통찰력도 남달랐다. 3만개가 넘는 댓글도 “인사이트(insight)가 돋보인다” “다시 보게 됐다”는 호평이 대부분이다.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흔들릴 때마다 대체재로 주목받았다. 지지율이 한때 20%에 육박하기도 했다.
안철수는 ‘더 좋은 정권 교체’를 호소했지만, 민심은 ‘더 확실한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단일화 득표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0.7% 표차는 안철수의 단일화 결단이 정권 교체에 큰 변수가 됐음을 보여준다. 윤 당선인이 안철수를 인수위원장으로 낙점한 것은 정당한 보상이며 올바른 선택이다.
안 위원장은 자신의 말대로 새 정부에서 ‘실행력’을 보여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선거 과정에서 마구 쏟아낸 선심 공약의 거품을 빼는 악역을 맡고, 윤 당선인에게 부족했던 미래 청사진 부문에서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 안철수의 정치적 미래는 공동 정부에서 성과를 보이고, 그 성과를 토대로 통합 여당에서 자기 세력을 얼마나 키우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박근혜 131조원, 문재인 178조원, 윤석열 266조원. 대선을 치를 때마다 공약 예산이 35~50%씩 불어났다.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지는 경제성장률로는 감당이 안 된다. 그 결과물이 국가 부채 1000조원이다. 안 위원장의 당면 과제는 공약 거품 빼기다. 코로나 손실 보상 50조원, 기초연금 인상 35조원, 병사 월급 인상 25조원 등 수십조 원짜리 선심 공약이 수두룩하다. 인수위 경험이 있는 민주당 김진표 의원의 말대로 “무리한 약속을 주워 담을 마지막 기회”다. 안 위원장은 단일화 후 공약 차이에 대한 질문에 “그래서 인수위가 있다. 공약이 실행 가능한지 재정 추계를 해서 재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실효성, 공정성 측면에서 재검토해야 할 공약도 적지 않다. 주식양도세 폐지, 가상 자산 5000만원 비과세, 근로소득 공제 확대 등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조세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 공약이다.
공약 재조정도 중요하지만 더 큰 임무는 대한민국의 미래 청사진을 제대로 그리는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여야 양대 후보가 네거티브 싸움에 몰두하면서 미래 청사진 제시가 미약했다. 그래선지 새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 할 것”이란 기대(52.7%)가 역대급으로 낮다. 반면 진영 싸움 영향권에서 비켜나 있던 안 위원장은 중장기 국가 개혁 과제와 미래 먹거리, 산업구조 개편에 대한 비전을 다수 제시했다. 세상에 없던 mRNA백신을 만든 융·복합 과학기술 혁신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게 할 교육·규제 개혁, 세대 간 불공정을 해소하는 연금 개혁, 강성 귀족 노조를 혁파하는 노동 개혁 등을 강조했다. 디스플레이·2차전지·원전·수소에너지·바이오 등 5대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삼성전자급 글로벌 기업을 5개 육성하겠다, 고교·대학 개혁을 통해 핵심 인재 5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한때 ‘새 정치’의 상징이었던 그는 선거구제 개혁, 대선 결선 투표 도입 같은 정치개혁안도 제시했다. 민주당도 동의한 바 있다. 잘 엮으면 여야 협치와 정치 개혁의 틀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 위원장은 단일화 결단 후 하고 싶은 일로 ‘성과를 보여주는 행정’ ‘국민의 힘 실용·중도 정당화’를 꼽았다.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새 보수 정부에 다수 국민이 바라는 바와 일치한다. 안 위원장의 역량 발휘에 윤 정부 5년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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