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백영옥의 말과 글] [240] 악플에 대하여

최만섭 2022. 2. 19. 09:17

[백영옥의 말과 글] [240] 악플에 대하여

입력 2022.02.19 00:00

미국의 인기 쇼 ‘지미 키멜 라이브’에는 출연한 스타가 자신에 대한 악플을 읽는 코너가 있다. 자기 악플을 읽은 스타들 얼굴은 참 다양한데,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냥 웃어넘기거나, 재치 있게 되받아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가학성을 예능으로 바꾼 게 이 코너의 콘셉트인 셈이다.

아마도 악플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연예인과 정치인일 것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 기사를 빼고 모두 환영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데, 대중의 관심에 갈급한 이들은 호감과 비호감을 떠나 존재감이 없어지는 순간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유명인 중에는 더 이상 유명해지는 게 두렵다는 사람도 많다. ‘초연결 사회’에서는 과거의 잘못이나 실수로 한순간에 열혈 팬이 안티 팬이 되기도 하는 걸 적지 않게 목격하기 때문이다.

‘열광 문화’는 쉽게 영웅을 만든다. 한데 배를 띄우는 바람은 순풍 역할도 하지만, 반대로 배를 뒤집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수시로 스타의 추락을 목격한다. 무엇보다 혐오는 높은 조회 수를 유도해 큰돈을 만들고, 그 안에는 누군가의 추락을 보며 쾌락과 위안을 얻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환호하는 사람과 저주하는 사람은 샴쌍둥이처럼 늘 붙어있다. 한 채널에서 안티와 ‘찬티’가 싸우는 장면을 우리는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한 다큐에서 본 악플러는 악플 다는 것을 ‘사냥하는 느낌’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악플 달기가 자신에겐 그저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영어 ‘GAME’에는 ‘사냥감’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그렇게 악플은 누군가에게는 게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존재를 위협당하는 흉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인터넷 사회에서 현대인은 숨을 곳이 없다. 사소한 실수마저 부메랑이 되어 악플, 나아가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당신이 SNS를 한다면 악플을 피할 수 없다. 건강한 비판과 악의적 비난 사이에서 우리는 위태롭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