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클래식 따라잡기] 번스타인이 만든 뮤지컬… 스필버그 손에 재탄생했죠

최만섭 2022. 1. 17. 08:16

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번스타인이 만든 뮤지컬… 스필버그 손에 재탄생했죠

입력 : 2022.01.17 03:30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가 얼마 전 국내에서 개봉했습니다. 원래는 1957년 발표한 뮤지컬인데 1961년 영화로 처음 만들어졌죠. 영화는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리처드 베이머와 내털리 우드가 주연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등 10개 부문을 휩쓸었고, 제작비 600만달러를 들여 북미에서만 흥행 수입 4370만달러를 거둔 대단한 기록을 남겼죠. 와이즈 감독은 나중에 당시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스타 트렉'을 만들면서 더 유명해졌죠.

이번엔 정확히 60년 만에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다시 만들었어요. 스필버그 감독으로선 첫 뮤지컬 영화이기도 하죠. 배우 앤설 엘고트와 레이첼 지글러 등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뮤지컬 자체는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 작품이에요. 뉴욕필하모닉을 이끌면서 세계적인 지휘자로 명성을 쌓아 올린 그는 직접 피아노를 치고 다양한 교향곡과 오페라 등을 쓴 작곡가로도 유명합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의 세 번째 뮤지컬 작품인데 엄청난 화제를 부르면서 그를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반열에 오르게 해줬습니다.

젊은이 방황 춤과 노래로 담아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온 더 타운'(1944) '원더풀 타운'(1953)에 이은 번스타인의 세 번째 뮤지컬 작품입니다. 우크라이나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이미 지휘자이자 피아노 연주자 등 만능 음악가로 활동하면서 1942년 첫 교향곡을 발표한 이후 실내악과 발레곡 등까지 지으며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었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제작진은 당대 각 분야 최고수들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번스타인을 필두로 각본은 극작가 아서 로렌츠(1918~2011), 작사는 스티븐 손드하임(1930~2021), 연출은 제롬 로빈스(1918~1998)가 담당했어요. 로렌츠는 영화 '집시' '로프' '아나스타샤' 각본을 썼고, 로버트 레드퍼드 주연 영화 '추억'의 소설 원작자이기도 합니다. 손드하임은 뮤지컬 '스위티 토드' '어쌔신' 등을 만든 인물로 아카데미상, 토니상, 그래미상, 퓰리처상까지 받은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죠. 로빈스 역시 발레와 뮤지컬계를 넘나들며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화려한 군무(群舞) 장면이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0년대 맨해튼 뒷골목, 어퍼 웨스트 사이드를 무대로 펼쳐져요. 젊은이들의 방황을 춤과 노래로 담아냅니다. 사실 줄거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얼개를 따왔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거리에서 벌어지는 폴란드계 이민자 불량배 조직 '제트파'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조직 '샤크파' 사이의 갈등 구조가 바탕입니다. 제트파인 남자 주인공 토니는 폭력 사건으로 교도소에 갔다 온 후 조용히 살려고 노력해요. 어느 날 제트파 옛 친구 리프의 권유로 무도회에 갔다가 푸에르토리코 아가씨 마리아를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 운명을 느끼고 함께 춤추며 입을 맞춰요. 무도회가 끝난 후 토니는 마리아 아파트 발코니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사랑을 다짐합니다.

그런데 마리아의 오빠는 샤크파의 리더 베르나르도였어요. 베르나르도는 제트파 패거리들과 싸움을 하다가 토니의 친구 리프를 찔러 죽이고 말아요. 분노한 토니가 엉겁결에 베르나르도를 죽이면서 비극이 시작됩니다. 베르나르도의 애인이던 아니타는 토니에게 마리아를 짝사랑하던 치노가 마리아를 총으로 죽였다고 홧김에 거짓말을 해요. 흥분한 토니는 치노를 찾아가 절규했어요. 그러자 치노는 토니를 총으로 쏩니다. 뒤늦게 찾아온 마리아는 토니의 죽음 앞에 통곡하고 두 세력은 뒤늦게 후회하면서 토니의 시신을 들고 걸어갑니다. 그렇게 뮤지컬은 끝이 납니다.

서정적 멜로디로 장식된 노래

이번 스필버그 영화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는 현재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41)이 맡았습니다. 연주는 뉴욕필하모닉이 주로 맡았고요. LA 필하모닉도 참여했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인기 비결 중 하나로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장식된 주인공들 노래가 꼽혀요. 신나고 다채로운 리듬이 나오는 춤곡과 화려한 율동도 물론 압권이죠.

가장 유명한 노래는 '오늘 밤'(Tonight)이에요. 무도회에서 첫 만남 후 마리아 아파트에 찾아온 토니가 난간에서 마리아와 함께 부르는 듀엣 곡입니다. "어두운 밤이지만 우리의 세상은 빛으로 가득 차 있다"며, 스스로 새로운 만남을 축하하는 연인들 설렘을 가사로 담아냈어요.

토니가 마리아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순간 부르는 노래 '마리아'는 사랑하는 사람 이름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어요. '아이 필 프리티'는 의상실에서 일하는 마리아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어보며 "나는 미스 아메리카보다 아름답다"고 뽐내는 내용이죠. 미국 생활을 동경하는 내용을 녹인 '아메리카'는 등장 인물들이 함께 춤추며 부르는 신나는 노래입니다.

위대한 예술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죠. 온갖 갈등을 뛰어넘어 사랑을 말하는 토니와 마리아의 이야기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신비한 힘이 있습니다.


[클래식 성악가와 앨범도 만들었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음악적으로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을 갖고 있어 오페라처럼 공연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클래식 성악가들과 함께 만든 앨범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레너드 번스타인이 직접 지휘봉을 잡고 호세 카레라스, 키리 테카나와, 타티야나 트로야노스, 매릴린 혼 등을 기용해 앨범을 만들었답니다. 번스타인은 뮤지컬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에 클래식 성악 발성으로 노래하는 가수들을 결합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요. 1985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진 '메이킹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김주영 피아니스트 기획·구성=조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