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왕따 제자와 매일 보드게임 해준 스승…12년 만에 만나 ‘펑펑’ 눈물

최만섭 2021. 10. 1. 05:15

왕따 제자와 매일 보드게임 해준 스승…12년 만에 만나 ‘펑펑’ 눈물

김소정 기자

입력 2021.09.30 10:13

 

 

 

 

 

희원(25)씨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선생님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던 자신에게 친구처럼 다가와 준 담임교사 ‘철수쌤’이다. 철수쌤은 매일 방과 후 희원씨와 보드게임을 하며 희원씨를 보살펴줬다.

2009년 초등학교 6학년 때 왕따를 당했던 희원씨(오른쪽)와 매일 방과 후 보드게임을 해주며 친구가 돼 주었던 철수쌤/유튜브 '하이머스타드'

희원씨는 초등학교 졸업 후 대학생이 됐지만, 철수쌤에게 연락 한 번 하지 못했다고 한다. 감사한 마음은 늘 가슴 속에 있었지만, 철수쌤이 자신을 귀찮아 할까봐 혹은 기억하지 못할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 유튜브를 통해 철수쌤에게 영상 편지를 남기기로 했다. 지난 5월 유튜브 채널 ‘하이머스타드’에 출연한 희원씨는 철수쌤과 닮은 인형을 앞에 두고 “제가 철수쌤 없었으면 이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아직도 해요”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친척 분께 사기를 당하셔서 집이 좀 힘들었다. 그래서 학교 갈 때 옷도 매일 똑같은 거 입고 가고 머리도 잘 안 감고 은근히 친구들도 절 멀리하고 무시하고 그래서 반에 친구가 없었다. 그냥 투명인간 취급하더라. 정말 이 세상에 제가 없어져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도 많이 안 갔었다. 그때 철수쌤이 루미큐브라는 보드게임이 있었는데 매일 방과 후에 해주셨다”고 말했다.

12년 만에 만난 철수쌤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희원씨/유튜브 '하이머스타드'

희원씨는 “선생님이 하나뿐인 친구였다”며 “내년에 선생님이 되어서 반 애들 한명 한명 포기 하지 않겠다”며 영상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때 갑자기 인형에서 “희원아 안녕”이라는 음성이 나왔다. 희원씨는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음성의 주인공은 철수쌤이었다. 알고 보니 철수쌤은 희원씨가 영상편지를 찍고 있던 스튜디오 옆방에 있었다.

희원씨는 12년 만에 만난 철수쌤을 보자마자 눈물을 펑펑 쏟았다. 첫마디는 “쌤 머리가 왜 이렇게 많이 하얘지셨냐”였다. 철수쌤은 웃으며 “울지마 녀석아”라고 달랬다.

 

이어 희원씨는 철수쌤에게 “저랑 루미큐브할 때 재미없으셨죠?”라고 물었다. 철수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 루미큐브였어. 네가 머리 쓰는 거 좋아하잖아”라고 했다.

철수쌤은 “친구들 사이에 있었던 일에 선생님이 개입해야 하는데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것 때문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너희들이랑 놀아주는 거였다. 너한테 덕이 됐으면 다행이다”라고 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희원씨가 교사를 준비하고 있는 걸 알았던 철수쌤은 “선생님은 너가 선생님 하는 게 좋아. 아파하는 애들을 그냥 보고 가지 않을 거 같아”라며 희원씨를 응원했다. 이에 희원씨는 “반에서 소외되는 애들 없게 할게요”라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철수쌤은 ‘선생님으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냐’는 질문에 “하..행복이요? 이런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지났는데 (제자가) 찾아오는 친구요. 모든 선생님이 좋아하는 친구는 굳이 제가 잘해주지 않아도 잘 커요. 그런데 내 사랑이 필요했던 친구는 나중에 인사를 오게 돼요. 그게 제일 뿌듯합니다. 그 친구한테 쏟았던 내 사랑과 애정이 잘못된 게 아니었구나 도움이 됐구나. 앞으로 교사 생활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라고 했다.

철수쌤/유튜브 '하이머스타드'

해당 영상은 4개월 전에 올라왔었지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네티즌들은 “나 왜 울어”, “너무 감동적이야”, “훌륭한 선생님이다”, “제대로 된 어른이 아이에게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인류애 꽉꽉 채우고 간다”, “존경스럽다”, “좋은 선생님 한 분이 여러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더라” 등의 댓글을 남겼다.

 

 

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