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02]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입력 2021.05.29 00:00
최근에 만난 한 교수는 강의할 때 수업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고 한다. 예민한 정치적 발언이나 세대, 빈부, 특히 성별 갈등에 대한 발언은 자제한다고 했다. 모든 강의가 녹화되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자기 검열은 더 심해졌고, 토론 수업에서는 예민한 이슈가 나오면 이전과 달리 방어적 자세를 취한다. 달라진 청년 세대의 공정, 차별, 성별, 사적 영역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라떼는 말이야!”는 선배가 후배 직원에게 자기 시대의 경험을 전하는 말로 쓰이는 유행어다. 가끔 구인 구직 사이트에서 어떤 분야의 어떤 인재를 채용하는지 보고 있으면, 세상 돌아가는 트렌드가 보인다. 얼마 전 구인 광고를 낸 한 회사의 소개 문구에서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님. 회식 없음!”이라는 문구를 보았다. 이 말에 대한 사람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청년 세대는 ‘가족 같은 회사,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말에서 공과 사가 선명하지 않아 생기는 불편함과 부당함을 감지하는 것 같았다. 그 옛날 부장이나 임원급들의 신입 사원 시절, 회식이 맛있는 한 끼를 먹을 기회였을지 모르지만, 요즘 청년 세대에게 회식은 퇴근 후 업무의 연장이자 소중한 자유 시간을 뺏는 일로 생각될 때가 많은 것이다.
보정(補正)은 “부족한 부분을 보태어 바르게 하다”라는 뜻이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통해 가치를 판단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소위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시대정신으로 지나온 세월을 보정할 필요가 있다. 최근 흥미로운 광고 카피를 보았다. “당신의 의사는 어떤 브랜드의 담배를 피우시나요? 대부분의 의사는 카멜을 선택했습니다!” 의사도 피우는 담배라는 이 카피는 지금 기준으로는 도무지 말이 안 되지만, 1950년대 미국의 카멜 담배 광고였다. 과거에는 자연스러운 행위도 지금 기준에선 부적절한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세상의 변화가 과하다고 느낀다 해도, 가치 판단 기준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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