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0~50%가 감축 대상, 수도권도 줄여야
교육부, 정원 감축 계획 발표
입력 2021.05.21 03:00
20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에 따르면, 올해 미달 인원 4만586명 가운데 59.6%(2만4190명)는 전문대에서 발생했고, 나머지 1만6396명은 4년제 일반대 미달 인원으로 집계됐다. 일반대 미달은 지난해(3650명)의 4.5배에 이르는 규모다. 지역별로는 전체 미달 인원의 75%(3만458명)가 비수도권대에서 발생해 지방대 미달 충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장 유기홍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17개 시·도에서 신입생 충원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경남(85%·일반대 기준)으로 나타났고, 서울은 99.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신입생 충원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전체 신입생 가운데 수도권 비율이 2015년 36.6%에서 2021년 40.4%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대로 두면 2024년에는 전체 신입생의 41.9%가 수도권 대학에 입학한다”며 수도권 집중 현상을 우려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전국적인 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등 수도권 대학도 정원 감축
교육부는 전국 대학이 정원 외 모집 전형을 정원 내로 흡수하거나 학부 정원을 대학원 정원으로 옮기는 식으로 정원을 줄이는 이른바 ‘자율 혁신 계획’을 내년 3월까지 수립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입학 정원 일부에 대해 대학이 자발적으로 모집을 유보하는 제도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원을 자율적으로 줄인 대학에는 현재 정부 재정 지원 사업으로 받는 약 60억~70억원에 추가적으로 예산을 더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교육부는 전국 5개 권역별로 ‘유지 충원율(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설정한 뒤 이에 미달하는 대학은 정원을 줄이도록 요구하고, 따르지 않으면 재정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다. 권역별로 30~50% 대학이 정원 감축 권고 대상이 될 것으로 교육부는 추정하고 있다.
전국 대학의 정원 감축에 나선다는 정부 방침에 수도권 대학들은 “학령 인구 감소 등에 따른 지방대 미달 책임을 수도권 대학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잘하고 있는 대학까지 인위적으로 정원을 줄이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의 36개 대학 총장들은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정원 감축에 앞서 재정 보전 방안과 각종 규제 철폐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광범위하고 아주 즉각적인 위기이기 때문에 고등교육의 생태계 관점에서도 모든 대학이 공동의 노력, 공동 대처가 필요하다”며 수도권 대학들도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정책 실패 대학에 전가”
이번에 교육부는 부실 대학에 대한 폐교 조치도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대학의 재정 위기 수준을 진단하는 분석을 실시한 뒤, 위험 대학에 대해 3단계 시정(개선권고→개선요구→개선명령) 조치를 내리고, 회생이 불가능한 학교에 대해선 폐교 명령을 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학들이 요구해온 잔여 재산 일부의 설립자 귀속 등 퇴로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는 사립대 학교법인이 해산하면 청산 후 남은 재산은 모두 국고 등으로 귀속된다. 이날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잔여 재산 일부 귀속 방안에 반대 의견도 많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고, 교육부는 “부실대 퇴로 방안 마련 여부는 검토 중”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번 정부가 대학 정원 감축에 소극적이어서 대규모 미달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에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과감한 구조 개혁을 제대로 못 한 것은 이전 정부, 지금 정부 모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정원을 자율적으로 줄이라는 이번 대책에 수도권, 비수도권 대학 대다수가 따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입학 정원을 줄이면 그만큼 등록금 수입도 감소해 재정에 큰 타격을 받는데, 일시적으로 정부 지원을 조금 더 받겠다고 정원을 줄일 학교는 드물 것이라는 지적이다.
곽수근 기자
사회부, 기획취재부 등을 거쳐 사회정책부에서 교육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It's the education, stupid"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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