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 전문기자의 Special Report] 막오른 탄소중립 레이스… 中 “원전 300기로 火電 3000곳 대체”
원전 질주하는 중국
입력 2021.05.20 03:00 | 수정 2021.05.20 03:00
리커창 총리의 지난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총리 업무보고에는 서방 에너지 전문가들의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그는 “2030년 전에 탄소 배출 정점을 찍는 액션 플랜을 제정할 것”이라면서 “안전을 확보한다는 전제하에 원전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연례 총리 업무 보고에는 원전에 관한 내용이 자주 포함됐지만, ‘적극적으로’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원전 신규 허가가 중단된 2016년 이후에는 아예 언급하지 않은 해도 많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을 고려한 조치였다.
중국 전력원 비율
그랬던 중국이 다시 총리 업무 보고에 원전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고, 원전을 적극 발전시켜 나가겠다고까지 언급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작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제시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 2060년 전에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목표를 실현하려면 대규모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국·프랑스 넘어 세계 최대 원전 국가로
올해 전인대를 통과한 14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2021~2025)에는 좀더 구체적인 그림이 등장한다. 5년간 20기 전후의 원전을 새로 지어 2020년 말 현재 51기가와트(GW)인 원전 용량을 70기가와트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 계획대로 된다면 미국, 프랑스에 이어 3위인 중국의 원전 용량은 2025년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 모듈형 원전(SMR)과 서해상의 해상 원전 사업 시범 추진 계획도 이번 계획에 포함됐다. 시 주석이 의지를 표명한 지 6개월 만에 탄소중립 로드맵이 나온 것이다.
중국 싱크탱크에서는 2030년까지 원전 용량을 120기가와트로 늘리는 방안도 나온다. 매년 6~8기의 원전을 새로 짓고, 그 용량에 해당하는 화력발전소를 도태시켜 2030년 전에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자는 것이다.
◇신규 원전으로 낡은 화력발전 대체
중국은 한 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9%를 차지하는 제조업 대국이다. 게다가 경제 발전으로 1인당 전력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화력발전으로 감당해왔다. 작년 전체 발전 용량에서 화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56.6%에 이르고, 실제 발전량은 67.9%를 차지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대폭 늘렸지만, 화력발전도 함께 증가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 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해 화력발전이 기본 전력 역할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화력발전소 숫자는 30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2060년 탄소 제로를 달성하려면 화력발전소를 원전으로 대체해야 할 것으로 본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에너지연구소는 2050년까지 현재 51기가와트인 원전 규모를 554기가와트까지 늘리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원전 발전 용량이 올라가는 추세를 감안해도 300기 이상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발개위 에너지연구소가 잡은 2050년 전력원별 발전 용량은 원전이 28.6%, 풍력·태양광 41.6%, 수력 11.1% 등이다. 현재 60%에 육박하는 화력발전 비율은 10.5%로 낮아진다. 풍력과 태양광을 최대한 짓고, 원전이 기본 전력으로 이를 뒷받침해 전체 전력 수요의 70%를 감당하도록 한다는 청사진이다. 이 연구소의 기후변화 전문가인 장커쥐안(姜克雋) 수석연구원은 최근 중국 내 한 포럼에서 “작년 중국의 원전 발전 비율은 4.94%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8%)에 크게 못 미쳤다”면서 “안전성이 뛰어난 3세대 원전을 대거 건설하면 2050년에도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 “탄소 제로, 해안선 긴 중국 이익에도 부합”
그동안 중국을 의심해온 미국도 중국이 탄소 중립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지난 3월 4일 자에서 “중국은 미국의 강요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탄소 중립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협력하도록 하기 위해 대만 문제 등을 양보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했다. 중국은 해안선 길이가 3만2000㎞로 길어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중국 남동부 해안이 큰 피해를 보는 이해 당사국이라는 것이다.
반면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는 지난 12일 미국 하원 외교위에서 “중국이 기후정상회의 이후 뭔가 움직이고 있는 건 맞지만, 그들의 말만 믿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이 국내에서 화력발전을 도태시키면서 해외 화력발전 건설을 지원하는 데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길거리 탄소 배출은 전기차로 잡는다]
태양광과 풍력, 원전과 함께 중국이 탄소 제로의 3대 축으로 삼고 있는 것은 전기차이다. 아무리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을 생산한다 해도 내연기관 자동차가 거리를 활보한다면 탄소 배출은 공염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현재의 중국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2억8000만대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4억5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전기차를 포함한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 대수는 136만7000대로 2019년보다 10.9%가 늘어났다. 올해는 1분기까지 51만5000대가 팔려 작년 동기 대비 2.5배가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기차 판매 대수는 2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전기차 가격이 저렴해지고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시장에서 경쟁하는 시장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2019년 중국 전기차 판매 대수는 120만6000대로 2018년보다 4.0% 줄었다.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한 것이 시장에 타격을 줬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기존의 보조금 정책을 2022년까지 2년 연장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호전으로 소비가 회복된 데다 보조금 정책 종료 전에 차량을 구입하려는 수요까지 겹쳐 전기차 판매가 다시 급증하는 양상이다.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전기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충전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충전기 보급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5년 6만6000대였던 충전기가 작년 말 현재 166만대로 증가했다. 2025년까지는 전기차 2대당 충전기 1대꼴이 될 수 있도록 1120만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문재인을 단죄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내선 탈원전하면서, 미국 가서는 ‘원전 수출’ 논의 (0) | 2021.05.22 |
---|---|
세종시 특공 4채 중 1채는 실거주 안해…재테크 수단으로 변질 논란 (0) | 2021.05.21 |
[김창균 칼럼] 대학가의 꼰대 감별법 “너 민주당 지지하니?” (0) | 2021.05.20 |
개그맨 강성범 “이준석 부모 대구 출신? 화교가 낫지 않나” (0) | 2021.05.20 |
[김대중 칼럼] 대통령에 대들어야 기자다 (0) | 2021.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