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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제도

[카페 2040] 효도하고 있습니까

by 최만섭 202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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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2040] 효도하고 있습니까

성대암에 목소리 잃은 시부 위해 노래 ‘아버지와 딸’ 청한 며느리
외할머니가 키운 윤태화가 불러… 부모-자식 사이 잇는 음악의 힘

최보윤 기자

입력 2021.05.07 03:00 | 수정 2021.05.07 03:00

 

 

 

 

 

촉촉해진 그의 눈가에 미소가 매달렸다. 수줍은 듯 상기된 모습. 눈을 똑바로 맞추지 못하다가 이내 기계를 목에 대고 말한다. 공상과학영화 같은 데서 나오는 기계음이 TV 화면을 통해 전달된다. “항상 세상은 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거든요. 나름 내 삶을 찾아서 사는 거예요.” 성대암 때문에 목소리를 잃었다는 그는 웃으며 말한다. “전 나이가 이제 만으로 두 살이에요. 다시 태어났으니까요.”

와락’이란 단어는 이때를 위해 존재했었나 보다. 감정이 바닥부터 솟구쳐 눈물길을 넓혀 놓은 듯했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 사이로 미스트롯2 출신 윤태화의 고운 목소리까지 더해지니, 휴지 한 통을 다 쓸 것 같았다. “내가 태어나서 두 번째로 배운 이름 아버지, 가끔씩은 잊었다가 찾는 그 이름, 세상 벽에 부딪혀 내가 길을 잃을 땐, 우리 집 앞에 마음을 매달고, 밤새도록 기다리던 아버지….” 가수 유지나와 송해가 부른 ‘아버지와 딸’이 윤태화와 은가은의 목소리로 퍼졌다. 난소암을 앓고 있는 며느리가 “사랑해요 아부지”라며, 성대암을 이겨낸 시아버지를 위해 TV조선 ‘내딸하자’에 사연을 신청했다. 시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윤태화의 등장에, 마냥 긴장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은 ‘진짜’였다. 미스트롯2에서 초반 진(眞)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끝내 톱 7에 오르지 못한 윤태화를 위해 아버지가 건네는 위로와 격려의 장(場)으로도 느껴졌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정으로 외할머니 손에 자랐던 윤태화에게 든든한 아버지 팬 군단(群團)이 생긴 것이다.

윤태화는 외할머니를 기름 냄새, 락스 냄새로 기억했다. 지난 2008년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청소 일로 아이들을 키웠다. 윤태화가 대학에 들어가자 외할머니는 “고생했다”며 50만원을 건넸다. 외할머니 전 재산이었단다. 윤태화의 엄마도 돈을 벌었다고는 하지만, 외할머니에게 자신을 맡긴 서운함에 불만이라도 내뱉을라 치면 “너한텐 엄마지만 나에겐 딸이야!”라며 당신의 귀한 딸을 끝까지도 아꼈다 했다.

 

하루가 멀다고 흉흉한 뉴스가 들리는 때에 잠시라도 정화되는 기분이다. TV 예능까지도 저마다 ‘극한 고민 상담’ ‘대리 분노’라는 그럴싸한 표제를 내걸고 ‘불륜’ ‘가정 불화’ 같은 자극적인 사연을 남발하니 말이다. 하기사 이젠 식탁에서도 이젠 코인 아니면 주식 시세표 보느라 대화마저 사라진다는 얘기가 들린다.

돌이켜보건대, 미스터트롯·미스트롯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부모님과 대화가 많았을까 싶다. 프로듀스 101·쇼미더머니 같은 ‘요즘 세대’ 프로그램을 즐기며 딸에게 ‘문자 투표’를 당부하던 엄마였지만 임영웅·영탁 등 미스터트롯 톱 6 등장에 이전엔 없던 의욕적인 생활을 하신다. ‘본방 사수’ ‘스밍(스트리밍)’은 기본, 셀럽 순위 서비스 ‘최애돌’ 결과를 밤마다 읊어주시고 이른 아침 ‘닐슨 시청률’ 확인으로 하루를 시작하신다. 당신 취향, 딸의 일에 대한 관심 반반 이실테다. 기대에 부응해보려 밤새 톱 6 콘서트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을 해봤지만, 연이어 실패. 어딘가 남아있는 모든 효자 효녀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밖에.

아직은 옆에 계심에, 온기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어머니의 날을 맞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굳이 가져오면, 어버이는 자신의 마지막 남은 힘을 쏟고, 음식을 자식에게 내어주고, 평생의 이불(보호막)이 되어주는 존재일 테다. 늦기 전에 말씀드려야겠다. 당신의 이불이 되어드리겠다고.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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