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측근이 말하는 文 대통령의 잘못 두 가지
“인사와 협치 아쉬워”
대통령이 가장 잘 안다는 법조 인사 번번이 실패
야당과 만남도 싫어해
입력 2021.02.09 03:00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 25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꽤 가까운 인사가 “대통령이 잘하시지만 아쉬운 점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으레 “사람이 너무 좋아 탈” “일에 몰두해 건강을 돌보지 않는다” 같은 상투적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정색하고 “인사(人事)와 협치(協治)가 잘 안되고 있다”고 했다.
인사는 조각(組閣)부터 삐걱댔다. 첫 법무장관 후보자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귀던 여성의 동의 없이 도장까지 위조해 혼인신고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안 후보자의 낙마는 문 대통령도 모르는 사이에 이뤄졌다”고 이 측근은 말했다. 집권 초 대통령에게 부담 될 것을 걱정해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이 안 후보자를 설득해 자진 사퇴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어떻게 상의도 없이 그럴 수 있느냐”며 외려 역정을 냈다고 한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나라가 들끓던 2019년 9월 초, 문 대통령은 5박 6일 동남아 순방을 떠났다. 조 후보자는 만신창이가 됐고 나라는 둘로 쪼개졌다. 귀국한 문 대통령은 여권 핵심부를 소집했다. 이해찬 대표 등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곧 총선인데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며 임명 강행을 주장했다. 이미 청와대를 떠난 임 전 실장과 김경수 경남지사도 호출했다. 두 사람은 “민심이 심상치 않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며칠 후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게 임명장을 줬다. 그러면서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 청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35일 뒤 조 전 장관은 결국 사퇴했다.
대통령 인사권은 사실상 국정 운영의 전부다. 대통령의 힘은 인사권에서 나오고, 정책 운용도 인사가 출발점이다. 법조는 그나마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가장 잘 아는 분야였다. 여기서 인사 문제가 집중적으로 터졌다.
추미애 전 장관은 임기 내내 윤석열 검찰총장과 싸웠다. 문 대통령은 ‘우리 총장님’과 ‘우리 장관님’ 사이에서 머뭇거렸다. 막판에 한쪽 편을 들어주려다 실패했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문 대통령의 기수 파괴 발탁 인사다. 대통령은 고개를 45도로 숙인 김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사법부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거짓의 명수’ 소릴 들으며 과거 어떤 사법부 수장과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의 두 번째 단점은 협치라고 했다. “야당과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제안한 여야정상설협의체를 제대로 가동한 적이 없다. 야당이 대통령 만나고 돌아서서 ‘딴소리’하는 게 싫다는 이유지만, 그게 야당의 생리다. 이들을 끌어안아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정치는 의견이 다른 상대방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상대를 만나기 싫다면 정치를 떠나야 한다.
문 대통령은 총선 압승 후 ‘단점 극대화’의 길로 가고 있다. 현재 장관과 청와대 수석 이상 29명 중 21명이 이른바 ‘캠코더’ 인사다. 온갖 논란에도 ‘정권 방패’라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연임시켰다. 총선 후 야당을 청와대로 부른 것은 딱 한 번이다. 여야가 국회의장도 못 뽑고 있던 작년 5월 야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조속한 국회 개원을 호소했다. 막상 국회가 문을 열자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공수처법, 판사 탄핵까지 폭주했다. ‘북한 원전 추진’을 문제 삼은 야당 대표에겐 ‘법적 조치’를 위협했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그 인사는 말끝에 “어찌 보면 두 가지가 작은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친문 진영 바깥에선 4년 내내 지적해온 문제다. 이젠 가까운 사람들도 걱정한다.
황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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