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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江의 자연화’는 ‘인간의 동물화’와 같은 말이다

by 최만섭 2021.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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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江의 자연화’는 ‘인간의 동물화’와 같은 말이다

‘강의 再자연화’ 文의 공약 ‘가축의 再야수화’처럼 反문명·非과학적인 구호
4대강 사업 ‘적폐’ 몰아 멀쩡한 보 파괴한다니 정치 선동 전술일 뿐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입력 2021.02.09 03:20

 

 

 

 

 

‘4대 강 재(再)자연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최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530억원을 들인 후에야 44개월 만에 15개 보(洑) 중 단 3개에 대해서만 해체 혹은 부분 해체를 의결했다. 금강·영산강 주민들이 격분해 “결정 무효”를 외치고 있다. 2020년 7~8월 정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근 지역 주민 다수는 보의 해체에 반대한다. 여러 수문학자들도 보의 효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고작 10년 된 보를 해체하려 한다. 전대미문의 사태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 이포보./조선일보DB

무엇이 문제일까. 때론 그릇된 통념이 정부의 실패를 부른다. ‘강의 재자연화’란 구호엔 강이 자연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이는 문명사의 상식을 부정하는 그릇된 통념이다. ‘가축의 재야수화’나 ‘인간의 재동물화’만큼 비논리적 구호다. 환경사(環境史)의 관점에서 강(江)이란 자연 하천 그 자체가 아니라 고대로부터 인위적으로 개조되고 관리되어 온 천인(天人) 합작의 하이브리드 문명 수로이기 때문이다.

회의자(會意字) ‘江’은 ‘水’와 ‘工’의 결합이다. 이때 ‘工’은 땅을 다지는 공구인 달구를 뜻한다. 강이 인위적으로 변형된 물길임을 보여주는 문자학적 증거다. 실제로 강의 연원을 추적하면 인류사 4대 하곡(河谷) 문명의 태동기로 소급된다. 자연 하천은 수량에 따라 범람하고 물길을 틀면서 배설하듯 양옆에 풍부한 양분의 토사를 뱉어놓는다. 하천 유역(流域)의 비옥한 토양에서 농경을 터득한 고대 인류는 물길의 바닥을 긁어내고 제방을 쌓아 광활한 농지를 확보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 하천은 강으로 거듭났다.

지속적 제방 쌓기로 황허(黃河)는 땅 위로 흐르는 천정천(天井川)이 됐다. 7세기 초 중국 수양제의 대운하 건설은 중화 통일을 가능케 했다. 일본 도쿠가와 막부는 1605년부터 1750년까지 쇼나이(庄内) 평원의 늪지대를 8000헥타르의 수경 농지로 개간했다. 1681년에 준공된 남프랑스의 미디운하는 240㎞를 자랑한다. 19세기 독일 라인강 개발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현재 36개 유럽의 국가들엔 최소 120만개의 수리 구조물이 만들어져 있으며, 자연 상태의 하천은 1% 이하다. 18~19세기 이래 지속된 치수 사업의 결과 미국엔 현재 240만개 이상의 보와 9만개 이상의 댐이 건설되어 있다.

 

한반도는 유달리 강폭이 좁고 유로가 짧은 산악 지형인 데다 하상계수(연중 최대 유량과 최소 유량의 차이)가 매우 높아서 하천의 수문학적 관리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땅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준천 공사, 운하 건설, 제방 복구, 관개 사업 등 하천 관리의 기록이 적잖다. 1411년 태종은 개거도감(開渠都監)을 설치해서 하천 관리를 체계화했다. 세종 당시 준공된 청계천은 개거(開渠·수로를 만듦), 준설(浚渫·바닥을 파냄)로 유지되는 전형적인 인공 하천이었다.

그럼에도 강의 정비와 관리는 태부족이어서 수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18세기 인구 증가로 홍수의 피해는 급증했다. 개항 이후 기록을 보면, 동시대 일본의 푸른 산림과는 대조적으로 한반도 70%의 산림이 벌거숭이 민둥산이었다. 산림의 황폐화는 홍수의 급증, 수리 시설 파괴, 농업 생산력의 급감으로 이어지는 구한말의 빈곤 트랩을 야기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하천 관리는 지나치게 뒤늦었다.

‘강의 재자연화’란 구호 자체가 반문명적이고 비과학적이다. 산업 시설과 농지 면적을 그대로 놔둔 채 4대 강만 ‘자연화’한다면, 미증유의 환경 재앙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치 투쟁의 무기로서 이 구호는 놀라운 화력을 발휘한다. 대중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정치 선동의 효과다. ‘강이 자연’이란 잘못된 대전제 위에서 ‘보의 건설은 곧 자연 파괴’라는 소전제를 도출한 후, 4대 강 정비 사업을 ‘적폐’로 몰아가는 정치 공학의 엉터리 3단 논법이다.

집권 세력이야 보를 폭파해 ‘적폐 청산’의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고 싶겠지만, 나주 지역 주민들은 “정치적 논리로 죽산보를 해체하지 말라!” “멀쩡한 보를 폭파하면 예전처럼 똥물이 흐른다”고 외치고 있다. 정치 선동은 권력 쟁취의 전술일 뿐, 국가 경영의 정책이 될 수는 없다.

한나라 육가(陸賈)의 경고대로, 말 위에서 천하를 쟁탈했다 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순 없다. 집권 세력은 정치 투쟁의 마상(馬上)에서 내려와서 두 발로 땅을 딛고 국가를 경영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흐르는 강물이 눈에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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