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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동의 없는 ‘반쪽 처장’ 논란에… 金 “정치중립이 최우선”

최만섭 2020. 12. 31. 05:22

野동의 없는 ‘반쪽 처장’ 논란에… 金 “정치중립이 최우선”

[초대 공수처장 지명] 김진욱 공수처장 내정자는

조백건 기자

입력 2020.12.31 03:32

 

 

김진욱(5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인물이다. 김 후보자는 앞선 대한변협의 후보 선정 과정에서 제출한 소견서에서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이라며 “처장이 된다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법조인은 그를 “차분하고 학구적인 판사 스타일”이라고 했지만, 일부는 “벼슬 욕심이 있다”고 평가했다.

 

◇”모범생 같은 사람”

대구 출신의 김 후보자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해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5년 판사로 임용돼 3년간 근무한 뒤 법복(法服)을 벗었다. 김 후보자의 초임지였던 당시 서울지법 북부지원(현 서울북부지법)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판사는 “김 후보자는 성향이 강하지 않다. 되레 무색무취한 편”이라고 했다.

30일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으로 지명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김 지명자가 이날 저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2년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변호사로 일했다. 이 기간 미국으로 유학을 가 하버드 로스쿨을 수료했다. 그와 김앤장에서 함께 일했던 변호사는 “조용히 일만 하는, 한마디로 모범생 스타일”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2010년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임용돼 현재까지 10년간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헌재 연구관 시절 헌법의 ‘거주·이전의 자유’(2019년) ‘평등’(2013)에 관한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또 작년 ‘대통령 탄핵 사유에 대한 소고’라는 논문에서 “헌재가 제시한 관점만 가지고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하는 ‘헌법 또는 법률 위배의 중대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도 했다.

 

◇현 정권 법무부 인권국장 지원

김 후보자는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일했다. 현 정권이 출범한 2017년에는 외부 개방직인 법무부 인권국장에 지원했다가 민변 출신의 황희석 변호사에게 밀려 떨어진 적이 있다. 이번 대한변협의 후보 선정 과정에서도 그는 공수처장으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를 아는 한 변호사는 “벼슬(자리)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2013년 초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이동흡 헌법재판관에 대해 언론에 “이 재판관은 헌재소장이 돼선 안 될 사람”이란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재 관계자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가 낙마한 결정적 원인이 된 헌재의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을 외부에 알린 사람이 김 후보자라는 말이 헌재 안에서도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주변에 “특정 업무 경비를 외부에 알렸다는 건 허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굴마담 공수처장 아니냐”

옛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박민식 변호사는 30일 본인 페이스북에 “김 후보자는 수사 경험이 거의 없는 분”이라며 “고위 공직자를 수사하는 막강한 기구의 장인데 무골호인이 수사의 난관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얼굴마담 공수처장이 아니길”이라고 썼다. 김 후보자를 아는 법조인도 이 점을 우려했다. 한 고법부장 판사는 “수사나 기관장 경험이 없는 학자 스타일의 김 후보자가 외압에 휘둘리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더구나 김 후보자는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의 ‘거부권’ 조항을 삭제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공수처장 후보자다. 야당은 빠진 채 여당의 일방적 제청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에 의해 결정된 후보다. 이 때문에 그를 둘러싼 중립성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의 제청으로 선임된 김 후보자가 청와대와 여권 관련 비리 의혹이 불거질 때 과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지명 직후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공수처 출범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잘 안다”며 “부족한 사람이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백건 기자

 

편집국 사회부 법조팀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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