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바꾸고 정책은 그대로 간다
文, 법무장관에 與 박범계·공수처장에 판사출신 김진욱 지명
靑 비서실장에 유영민 유력, 정책실장엔 구윤철·이호승 검토
靑, 국정기조 유지 강조… 親文핵심 윤건영 “정책 전환 없다”
입력 2020.12.31 03:00
문재인 대통령이 금명간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정책실장에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을 임명할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민정수석에는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유력하다. 다만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호승 경제수석은 각각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후보로 함께 검토되고 있다. 이날 오후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김종호 민정수석 등 청와대 핵심 참모진은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태와 부동산, 방역 문제로 책임론이 제기되자 인적 쇄신 카드로 국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 모두 “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은 없다”고 했다. 현 상황 원인을 정책 실패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임 참모들도 현 정부에서 장관과 수석 등으로 일한 인사들이다.
추미애와 바통 터치 - 박범계(왼쪽)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던 지난 2017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시 당 대표였던 추미애 법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추 장관 후임으로 박 후보자를 지명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에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내정했다. 판사 출신인 박 후보자는 진보 성향인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로 판사 출신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임으로는 민주당 3선 한정애 의원을, 국가보훈처장에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각각 내정했다. 청와대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께서 백지 위에서 국정 운영을 구상할 수 있도록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1월 10일 전후로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을 포함해 4~5개 부처의 추가 개각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장관급 3명과 공수처장 후보자는 모두 친여 성향이다. 박범계, 한정애 의원은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정치인을 내세웠다.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친문 청와대 사수처장”이라고 했다. 군 출신인 황기철 신임 보훈처장도 지난 총선 때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했다.
청와대는 추 장관을 사실상 경질하면서도 검찰 개혁을 강조하며 윤석열 검찰과 계속되는 갈등을 예고했다. 국정 기조와 정책 변화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정책 대전환이란 사실상 모든 분야 정책을 바꾸라는 주문인데 그건 좀 큰일 날 소리”라며 “방향 전환보다 지금은 그 방향에서 현실을 잘 구현해낼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3기 청와대 비서실 체제의 방향에 대해서도 “무엇보다 개혁이 중요하다”고 했다.
법무 장·차관 모두 ‘우리법’ 출신… 박범계 “검찰개혁 완수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에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지명한 것은 추 장관이 밀어붙인 ‘윤석열 찍어내기’가 법원 제동으로 실패했지만 현 정권이 추진해온 ‘검찰 개혁’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자는 판사 출신으로 법원 내 진보 성향 연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박 후보자가 임명되면 이용구 법무차관과 함께 우리법연구회 판사 출신들이 법무부 장·차관을 모두 차지하게 된다. 박상기, 조국, 추미애 등 법무부의 전직 장관들처럼 이번에도 비(非)검찰 출신이다.
애초 문 대통령이 윤 총장 문제로 사과하자, 중립적 인사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해 ‘검찰 길들이기’에서 속도 조절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 ‘강성 검찰 개혁론자’로 꼽혀온 박 후보자를 내세운 것은 지지층 결집을 통한 돌파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사람은 바꿔도 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3선(選)인 박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하며 ‘검찰 개혁’을 앞장서 주장해왔다. 여권 관계자는 “조국 전 장관에 이어 추 장관까지 윤 총장과의 싸움에서 상처를 입고 물러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박 의원을 후임으로 선택한 것은 검찰 개혁을 끝까지 밀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캠프 종합상황2실장을 맡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자는 지난 대선 때 추 장관과 짝을 이뤄 법조계 유력 인사의 문 대통령 지지 선언을 설득하는 일도 했다”며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철학을 잘 알고 있고 검찰·법원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지명 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그는 “검찰 개혁은 제 삶 속에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역사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며 “그 속에서 답을 구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 총장 직무 복귀 직후 수사·기소권을 분리해 검찰을 기소만 하는 기관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검찰 개혁 2.0’ 추진에 나섰다. 박 후보자도 민주당의 이런 기조와 보조를 맞추며 검찰을 향한 강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가 추 장관 때보다 잡음을 줄이는 방식으로 검찰 개혁을 추진하길 기대할 것”이라고 했다.
1963년생인 박 후보자는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23기)다. 2013년 11월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하다 징계를 받자 소셜미디어에서 ‘윤석열 형!”이라며 윤 총장을 ‘의로운 검사’라 칭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는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며 몰아붙였다. 박 후보자는 작년 국회에서 발생한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공동 폭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용구 차관도 택시 기사 폭행 사건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라 법무부 장·차관이 동시에 수사나 재판을 받는 상황이 됐다.
박 후보자는 윤 총장과 정면충돌하기보다 검찰의 힘을 빼는 제도 개편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추 장관이 윤 총장과의 관계를 강경 일변도로 설정해 일을 그르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박 후보자가 추 장관 때 사실상 형해화한 검찰총장과의 검사 인사 협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후보자는 이날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 협조 관계가 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 검찰 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를 향해 ‘살려달라 해보라’던 이를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했다”며 “경악스럽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지난달 국회 예산안 심사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법원 예산) 3000만원이 삭감됐는데 의원님 꼭 살려주십시오라고 말해보라”고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김아진 기자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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