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아무튼, 줌마] ‘문준용'이라는 작가

최만섭 2020. 12. 26. 08:21

[아무튼, 줌마] ‘문준용'이라는 작가

[아무튼, 주말]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0.12.26 03:00

 

 

 

 

 

작가 문준용 전시를 처음 본 건 3년 전 서울 금호미술관에서입니다. ‘비행(Flying)’이란 제목의 작품으로, 관람객이 양팔을 벌려 움직이면 센서가 사람의 관절을 감지해 드로잉 하듯 벽면에 검은 궤적을 그려내는 ‘인터랙티브(쌍방향) 아트’였죠. 큐레이터가 직접 시범을 보였는데 센서가 잘 작동되지 않아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그 전시가 ‘대통령 아들’이 미디어아트 작가란 사실을 세상에 알린 계기였을 겁니다.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였고, 전시장에 김정숙 여사가 다녀갔다는 뉴스까지 나오면서 연일 취재진이 몰렸죠. ‘작가와의 대화’가 있던 날 문준용씨를 잠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출근한 날이라 네 살배기 아들과 함께 온 그는 “대통령 아들이란 사실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 잘해야 하니까”라면서도, “남들이 안 하는 분야를 개척하는 것에 재미와 의미를 느낀다”고 하더군요.

아빠를 바라보던 아들 채우의 맑은 표정 때문인지, 최근 서울문화재단 지원금 논란까지 그를 둘러싼 잡음이 일 때면 연민 같은 게 생깁니다. 문준용은 미디어아트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열심히 하는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동료 작가들, 큐레이터들도 “새로운 실험을 꾸준히, 열정적으로 하는 작가”라는 데 이견이 없죠.

 

지난 23일 막 내린 금산갤러리 개인전 ‘시선 너머, 어딘가의 사이’도 작가 문준용의 집념을 보여준 전시였습니다. 특히 ‘Augmented Shadow’ 연작은 빛과 그림자, 안과 밖을 연결된 하나의 세계로 보고 증강현실을 이용해 두 공간을 넘나드는 실험이 돋보이더군요. 어느 ‘시선’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이’에 숨은 진실이 드러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을까요. 구석구석 번뜩이는 감시의 눈길에 시달리는 현대인, 아니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걸까요. 한 중년 관람객이 중얼거립니다. “아버지 탓에 아들이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군.”

 

페이스북에 호소했듯 “오로지 작품으로만 평가”받고 싶었다면 그는 더 낮은 자세, 더 지혜로운 화법으로 세상과 소통했어야 합니다. 분노와 오기로 똘똘 뭉친 미성숙한 태도가 오히려 ‘작가 문준용'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걸 본인만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주말뉴스부장

 

김윤덕 주말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