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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DNI 국장 동시 배출… 워싱턴 한 회사의 정체는?

최만섭 2020. 11. 25. 05:06

국무·DNI 국장 동시 배출… 워싱턴 한 회사의 정체는?

바이든 내각 접수한 ‘웨스트이그젝’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입력 2020.11.25 03:00

 

 

 

“(백악관) 상황실을 (기업의) 임원 회의실로 옮겨 드립니다.”

이런 모토를 가진 미국 워싱턴DC의 전략 컨설팅 회사 ‘웨스트이그젝 어드바이저스(WestExec Advisors)’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첫 내각 인선 발표 후 ‘파워하우스(powerhouse·실세 집단)’로 떠오르고 있다.

오바마 때 CIA 부국장, 사상 첫 여성 DNI 국장으로 - 바이든 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지명된 애브릴 헤인스(오른쪽)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이 2015년 2월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재임 시절 버락 오바마(왼쪽) 대통령, 수전 라이스(가운데) 국가안보 보좌관 등과 웃고 있다. /백악관

실제 바이든이 23일(현지 시각)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토니 블링컨(58) 전 국무부 부장관이 이 회사 공동 창립자 넷 중 한 명이다.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지명된 애브릴 헤인스(51)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도 한때 이곳에서 일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첫 여성 국방장관이 될 수 있다고 거론되는 미셸 플러노이(59) 전 국방부 차관도 이 회사 공동 창립자다.

 

웨스트이그젝은 해외 투자를 하는 미국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석해 주고, 미 정부 규제에 관한 자문에 응하는 컨설팅 회사다. 현재 이 회사에서 자문역으로 활동 중인 인사는 총 34명으로, 대부분 미 정부나 미군 고위 당국자 출신이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 미군 사령관도 여기 소속돼 있다. 그런데 본지가 이들의 이름과 바이든 인수위 명단을 비교해 본 결과, 34명 중 5명이 인수위에서 정부기관에 대한 리뷰(검토) 작업을 진행하는 ‘기관 검토팀'에 들어가 있었다.

 

바이든의 측근인 일라이 라트너 전 부통령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국방부 리뷰팀에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국가경제자문위원이었던 제이 보는 국가경제자문위를 리뷰한다. 크리스티나 킬링스워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기획국장,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전 재무부 선임보좌관, 데이나 셸 스미스 전 주카타르 미국 대사도 인수위에 속해 있다. 이들은 바이든 취임 후 행정부 요직에 오를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웨스트이그젝이 처음부터 ‘파워하우스’였던 것은 아니다. 본래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선 패배 이후 ‘패잔병'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에 가까웠다. 미국 정치 잡지 ‘더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에 따르면 웨스트이그젝 설립을 주도한 것은 블링컨이나 플러노이가 아니라, 이들과 함께 공동 창립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세르지오 아기레, 니틴 차다라고 한다. 아기레가 조지아 공대를 입학한 것이 1997년, 차다가 코넬대 학부에 들어간 것이 2003년으로 아직 30~40대의 젊은 나이다.

 

이들은 40대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끌던 ‘젊은 정부'에서 단기간에 백악관 핵심까지 올라갔다. 둘 다 오바마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에서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디렉터로 일했다. 아기레는 서맨사 파워 전 유엔 주재 대사의 비서실장을, 차다는 애슈턴 카터 전 국방장관의 선임보좌관을 지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이 2016년 대선에서 졌을 때, 오바마 행정부를 떠나게 된 두 사람은 일자리를 걱정해야 했다”고 한다. 트럼프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백수’가 된 이들은 전략 컨설팅 회사를 차리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지명도가 없었다. 고민 끝에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잘 알고 지냈던 플러노이에게 합류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됐다면 ‘첫 여성 국방장관'이 될 것이 확실했지만 꿈이 좌절된 플러노이는 “’빅네임(big name·유명 인사)’을 한 명 더 데려오면 합류하겠다”고 답했다. 이때 아기레와 차다가 찾아간 사람이 바이든의 오른팔로 알려졌던 블링컨이다.

이들은 백악관 상황실이 있는 웨스트윙과 부통령이 주로 머무르는 아이젠하워 행정동 사이로 난 길 이름인 ‘웨스트 이그제큐티브 애비뉴'를 줄여 ‘웨스트이그젝'이란 회사 이름을 지었다. 2018년부터 본격적 컨설팅에 나섰지만 고객 명단이나 자문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비밀스러운 회사'였다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ABC방송은 “2년 전 창립한 이 회사에 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웨스트이그젝과 일했다가 바이든 행정부에 참여할 사람들의 투명성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