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정 지출을 늘려라? 국가 부채로 기본소득 도입만 더 어려워질 것

최만섭 2020. 11. 17. 05:27

재정 지출을 늘려라? 국가 부채로 기본소득 도입만 더 어려워질 것

[코로나 이후의 삶, 세계 知性에 묻다] [3]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입력 2020.11.17 03:00

 

“코로나 시대에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 필요한 것은 명확한 메시지 전달, 향상된 검사, 쉬운 데이터 접근, 사회의 각성과 공감, 이웃을 향한 관심 등이다. 통제와 전체주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이 아니다.”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정부가 코로나 극복을 위해 감당할 수 없는 복지를 약속했다가 지키지 못하게 되면 민주주의의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이슨 솅커 제공

세계적인 미래학자로 꼽히는 제이슨 솅커(Schenker·43)는 최근 출간한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온라인 교육과 대학 통폐합, 재택근무의 확대, 국가보다 가족이 개인의 삶을 돌보는 시대로의 회귀 등을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계 제로’에 빠진 세계는 어디로 흘러갈까.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당신은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교육이 대세로 잡는다고 전망했다. 막상 한국에서 시행해보니 학생이 체계적으로 학교의 관리나 교육 지원을 받지 못해 학업 성취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문제가 드러났다.

“기존 교육 체제에선 돈과 시간적 여유 부족으로 학업을 중단했거나 지속하기 어려운 이들이 있었다. 온라인 교육은 이런 이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어린 학생들의 비대면 교육에 일부 문제가 제기됐지만, 익숙해지면 수준 높은 교육을 생애 내내 더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학생 간 교육 격차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을 도와야 한다. 대학 교육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온라인 교육은 비슷한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 대학마다 교수를 중복 채용하는 비효율을 없애게 될 것이다. 이 트렌드가 확산되면 규모가 작은 대학은 존폐 위기에 몰리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교육 소비자 입장에선 고등교육 기회가 확대되는 동시에 수업료까지 저렴해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나라마다 재정을 풀고 복지를 확대하는 추세다. 그런데 당신은 책에서 이런 복지 확대가 민주주의를 전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지금의 인구 피라미드로는 국민건강보험, 저소득층 의료 보장, 사회보장 연금 등을 지탱할 수 없다. 여기에 조세 제도와 예산 수요 등이 맞물리면 재정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정부가 복지를 공약했다가 이런 어려움 때문에 불이행하게 되면 반정부적인 메시지가 유포되고 정치적 행동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

-당신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주의 깊게 볼 게 있다. ‘개인의 시대’는 끝났거나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향후 개인은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에 의지하기보다 가족의 보살핌을 받는 방식으로 계획을 짜야 할지 모른다. 나는 43세인데, 지금까지 국민연금에 부은 돈을 은퇴 후에 돌려받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70대인 내 부모님조차 생전에 연금 고갈 사태를 맞을 것 같다. 내가 해줄 말은 ‘숫자를 보라’는 것이다. 출산율은 낮은데 평균수명은 늘고 의료비는 증가하고 있다. 이런 숫자를 감안할 때 지금의 제도들은 지속하기 어렵다. 가능하다면 국민 연금에 기대지 않는 방식으로 노년 계획을 짜야 한다.”

 

 

-일부에선 팬데믹 사태로 어려워진 국민에게 일정 수입을 보장하는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다. 가능하다고 보는가?

“돈을 공짜로 주겠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나? 하지만 기본소득으로 주는 돈은 공짜가 아니다. 실제 도입하면 국가 예산에 큰 부담을 주고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밀어올릴 것이다. 또한 노동시장 붕괴와 급속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코로나19로 추락한 경제를 구해내는 과정에서 많은 나라가 국가부채를 늘렸다. 이는 기본소득 도입에 커다란 장애물이다.”

-그럼에도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국가가 국민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의 자유를 어느 정도까지 제한할 수 있다고 보는가.

“코로나 확산 방지에 필요한 것은 마스크 착용, 개인 위생, 효과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이다. 이는 전체주의, 상명 하달, 그리고 사회통제 등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코로나19 이후 직업의 부침 현상이 뚜렷하다. 여행 산업은 재앙을 맞았고, 소상공인도 힘들다. 반면 가전·인테리어 산업은 호황을 맞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

“우리는 현재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대에 살고 있고 팬데믹이 그 전환을 촉진할 것이다. 관련된 기술 분야가 유망하다. 가령, 재택근무 관련 기술이나 재택근무를 관리할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수요가 늘 것이다.”

-지난여름, 한국 하늘은 전에 없이 맑고 깨끗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구 이동과 산업 생산이 함께 줄면서 전체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코로나 사태가 환경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한 측면도 있다. 이런 변화가 환경 비즈니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코로나19가 차량과 비행기 이동을 줄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조업은 강력하게 돌아왔다. 다만, 글로벌 차원에서 기업은 친환경적이거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을 도입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으며, 그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다.”

-문화·예술·공연계도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수와 배우가 몇 달 동안 무대에 서지 못해 생계 곤란을 호소하고, 영화와 전시도 찬바람을 맞았다. 어떤 대응책이 필요할까.

“문화, 예술, 그리고 관련 산업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고생할 것이다. 해당 산업에 구체적인 제안을 할 수는 없지만, 문화 비즈니스 관련 기업들은 지출을 줄여야 한다. 문화 관련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시도할 수 있지만 이는 코로나19가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에나 가능할 것 같다.”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편집국 문화부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