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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제도

[박상현의 아웃룩] ‘백인남성 정당’ 공화당·'유색인종 독점' 민주당… 이런 프레임 깨졌다

by 최만섭 2020.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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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아웃룩] ‘백인남성 정당’ 공화당·'유색인종 독점' 민주당… 이런 프레임 깨졌다

공화당의 변신… 역대 최다 女 의원 배출, 히스패닉 지지율 급등
민주당의 고민… 상·하원 사실상 패배, 진보·중도 사이 갈팡질팡
바이든의 숙제… 진보 견제·중도 보호 정책 통해 균형 찾아가야

박상현 디렉터

입력 2020.11.09 03:00

 

 

길고 치열했던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 시각으로 지난 토요일 AP를 비롯한 각 언론사가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하면서 끝났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개표와 관련한 소송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제기한 문제는 판사가 기각할 만큼 사소한 것들이고, 각국 정상들까지 바이든의 승리를 축하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를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이제 ‘트럼프 이후의 미국’이 어떤 모습일지 가늠해봐야 할 시점이다.

블루 칼라 파고드는 공화당

이번 선거는 단순히 대통령 교체 이상의 시사점을 지닌다. 언론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지 못하지만 공화당은 이번에 여성 의원을 당 역사상 가장 많이 배출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당선이 확정된 여성 초선 의원만 13명에 이른다. 흔히 “백인 남성 정당” 소리를 들어온 공화당으로서는 엄청난 변신이다. 더 놀라운 것은 공화당이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선거에서 30% 정도의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가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40%를 넘겼다. 특히 플로리다에서는 그 비율이 45%에 달했다. 자세한 이유를 떠나 이 현상은 유색인종을 핵심 지지 그룹 중 하나로 생각해온 민주당에는 큰 충격이다.

 

트럼프가 박빙 대결을 벌인 이번 선거는 2016년 트럼프의 집권이 결코 우연한 행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고, 더 나아가 20세기 중반 이후로 지속되어온 미국 정치 구도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오바마 정부 때까지만 해도 불안하게나마 유지되어 왔던 ‘공화당=부자들의 정당, 민주당=친노동자 정당’이라는 이미지는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빠르게 깨지고 있다. 테크 산업이 주도하는 21세기 미국 경제의 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중서부 러스트벨트(rust belt)와 남부의 가난한 노동자들은 공화당을 지지하고, 실리콘밸리의 부유한 노동자들은 압도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에게 기부금을 몰아준다.

월스트리트에서 큰돈을 벌고 뉴욕 시장을 세 번이나 지낸 갑부 마이클 블룸버그는 사재를 털어서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바이든 홍보에 힘을 썼지만 단결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플로리다를 지켰다.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감면해준 트럼프가 민주당을 “월스트리트 부자들의 정당”이라고 공격할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그 메시지가 가난한 노동자와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먹힌다는 사실은 분명해졌고, 이를 깨달은 트럼프는 "공화당은 노동자의 정당”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진보·보수 섞인 바이든

민주당 내에서 이런 지각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를 필두로 하는 진보 진영이다. 이들은 중도, 혹은 온건 진보에 속하는 조 바이든을 당내 경선 때부터 강하게 밀어붙였고, 바이든이 후보가 된 후에는 지지를 조건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진보적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협상을 벌여 바이든의 정책팀에 진보 세력을 넣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 당선자 조 바이든의 정치 성향이다. 미국에서는 종종 정치인을 자기 신념이 강한 사람들과 여론의 방향에 따라 유연한 태도를 갖는 사람들로 나누는데, 바이든은 후자에 속하는 정치인이다. 만 30세가 되기도 전에 연방 상원 의원이 된 바이든은 긴 정치 역정에서 때로는 진보적 정책에, 때로는 보수적 정책에 동조했다. 이런 태도 때문에 바이든은 당내 진보 세력에는 쉬운 공격 대상이 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협상과 대화가 가능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바이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시점에서 여론과 당론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민주당의 진보 세력이 선거운동 중에도 쉬지 않고 바이든에게 진보 의제를 강하게 요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트럼프가 선거운동 내내 “바이든은 급진 세력의 허수아비”라고 공격한 것도 이런 민주당 내 구도를 알기 때문이었다. 물론 허수아비라는 말은 지나치지만, 그렇다고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도 아니다.

 

중도 성향 확보가 열쇄

이렇게 민주당 진보 세력이 바이든을 왼쪽으로 끌고 가려는 것을 최대한 저지해서 중도에 가깝게 남아있도록 하는 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같은 민주당 중진의 역할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바람이 불 것으로 잔뜩 기대했던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을 가져오는 데 실패했고, 하원의 과반은 지켰지만 의석은 줄어들었다. 이런 사실상 패배로 상·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펠로시와 슈머에게 화가 난 상태다. 특히 하원 의원들은 펠로시가 AOC 같은 진보 의원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바람에 민주당 후보들이 전국적으로 ‘사회주의자’라고 공격받았음을 지적했다.

당내 진보 세력과 중도 세력 모두에서 공격받는 펠로시는 어쩌면 이번에 하원의장직을 잃을지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이 펠로시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AOC를 포함해 ‘스쿼드(squad)’라고 하는 진보적 유색인종 여성 하원 의원을 탄생시킨 2018년의 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빼앗을 수 있었던 것은 뉴욕처럼 민주당 우세 선거구에서 뽑힌 진보 세력이 아니라, 공화당과 팽팽하게 맞서는 경합 지역에서 탄생한 중도 성향 의원들 덕분이다.

결국 민주당이 의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당내 진보 세력을 적절하게 견제해서 경합주에서 싸우는 중도 성향 의원들을 보호해줘야 하지만,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소위 ‘트럼프 동맹’에 매력을 느끼는 경제적 중하위층 노동자들에게 서서히 외면당하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줄다리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정책이 구체화되는 바이든 정권 초기에 두드러질 것이다. 이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바이든 정권의 성공 여부는 물론, 미국 정당 구도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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