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기계 시대'가 온다…인간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정선미 기자
입력 2014.02.05 17:35 | 수정 2014.02.05 18:19
(좌) 제 2의 기계 시대 책 표지
‘제2의 기계 시대(The Second Machine Age)’가 세계 지식인들 사이에 뜨거운 담론의 주제로 떠올랐다.
직접적인 도화선은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의 에릭 브린욜프슨(51) 교수와 앤드류 맥아피 교수가 공동 저술한 같은 제목의 책이다. 미국에서 출간된 지 약 2주 만에 다가올 사회를 진단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이코노미스트, 허핑턴포스트 등 유명 매체들과 칼럼니스트, 학자들이 앞다퉈 이 책을 소개하거나 언급하며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8일자에서 특집으로 다룬 데 이어, 3일 뉴욕타임스와 4일 파이낸셜타임스의 간판 칼럼에도 나란히 등장했다.
“인간보다 똑똑해진 기계는 인간에게 유익할까, 아니면 프랑켄슈타인 괴물처럼 될 것인가. 똑똑한 기계가 대중화된 시대는 꿈이 이뤄지는 시대일까? 혹은 악몽의 시대일까.”
FT 수석칼럼니스트 마틴 울프
◆FT 울프 “중산층 침체…양극화 심화 우려”
마틴 울프 FT 수석 칼럼니스트는 이날 ‘로봇이 인간을 분열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지배까지 하게 될 것’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제 2의 기계화’가 인간 사회에 몰고올 득실을 따졌다.
화두를 던진 책 ‘제2의 기계 시대’에 따르면, 인류는 지금 ‘제2의 기계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제1의 기계 시대’는 산업화 시대의 자동화를 말한다. 이 시기와 지금 ‘제2의 기계 시대’를 구분하는 핵심은 기계가 인간의 ‘지성(intelligence)’에 근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기계는 인간과 동물의 육체적인 노동력을 대체하고 키웠다면, 두 번째 기계는 인간의 지성을 대신하고 증진시킨다.
저자들은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컴퓨터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고도화하면서, 수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준의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2의 기계 시대에는 아이폰만큼 혁신적인 기계가 범람하게 된다. 아울러 한계비용이 엄청난 수준으로 낮아지는 디지털 경제가 도래한다. 기존에 제공되는 서비스는 거의 무료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경제화는 복지와 국내총생산(GDP)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제2의 기계 시대는 과연 인간에게 좋은 것일까. 울프는 칼럼에서 자동화의 여러 잇점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침체, 노동자 임금 수준의 불평등 증가, 소득 불균형 악화, 장기 실업률 증가를 가져온다는 비관적인 전망과 경고를 내놓았다.
앞으로 평균 수준의 정신 노동은 컴퓨터가 대체하게 된다. 그럴 경우 사무원 같은 중간 소득 직종은 사라질 것이다. 결국 정말 소수의 승자만 살아남고 대다수의 사람은 패자가 되어 하위층에서 몸부림치게 된다는 암울한 예언이다.
그는 “제2의 기계 시대에서 현재 하위층은 더욱 상황이 나빠진다”며 “소득이 불평등해지면 청년층의 성공 기회도 더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또 “소수의 부유층은 나머지 하위층의 삶에 대해 무관심해지며 거대한 불평등 상황에서 민주적인 시민정신은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재산권, 교육, 세금 등 복지 증대를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적인 카드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한 단계 더 나아간 논쟁거리를 던졌다.
◆NYT 브룩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적 감성 키워라”
NYT 칼럼리스트 데이비드 브룩스
반면 NYT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다소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 그는 3일자 ‘기계가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제2의 기계화 시대에 살아남을 인간의 기술과 덕성들을 열거했다.
첫 번째는 열정적인 사람은 더욱 번성할 수 있다는 것. 개인 앞에 펼쳐지는 정보의 양은 광대하기 때문에, 무한한 정보의 바다를 열심히 헤엄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보상이 돌아간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기계를 활용해 시간 활용도를 높이고 나름의 전략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인간과 기계의 상호 공조 가능성이다. 체스 챔피언인 게리 카르파로프는 컴퓨터와 한 팀을 구성해 체스를 두고 나서 “컴퓨터는 나보다 우수한 전술을 갖고 있고, 나는 컴퓨터보다 우수한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시스템을 구축할 줄 아는 사람에게 유리해진다. 페이스북, 트위터, 위키피디아 등을 생각해낸 IT 거물들만 해도 엄청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기보다는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아울러 분산된 정보를 하나로 조합해 질문의 답을 도출해낼 수 있는 관리자도 주목받게 된다.
다섯 번째는 사안의 본질, 핵심을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이 부상한다. 이것은 기계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가령 아무리 똑똑한 컴퓨터라도 ‘개다움’의 본질 같은 것은 파악을 못한다. 인간은 개의 특징만을 살려 흉내도 낼 수 있지만 컴퓨터는 불가능하다.
브룩스는 “컴퓨터는 컴퓨터일 뿐”이라면서 “인간의 역할은 (컴퓨터처럼) 냉정해지거나 비인간적이거나 중립적이지 않고, 인간적인 감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썼다. 그는 제2의 기계 시대에 요구되는 구체적인 인간적 감성으로는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요점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고, 어떤 핵심적인 것이 주목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을 기르는 것 등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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