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깜짝 수상한 글릭... “커피 마셔야 하니 인터뷰는 2분만”
한림원,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 인터뷰 공개
입력 2020.10.09 12:28
2020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 /연합뉴스
“이거 녹음되는 건가요? 지금 커피든 뭐든 좀 마셔야겠으니 2분 안에...(끝내달라).”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 시각) 공식 트위터에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루이즈 글릭(77)의 수상 발표 직후 반응을 깜짝 공개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미국 시인인 글릭을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하며 “꾸밈없이 아름다운 시적 목소리로 개인의 존재를 보편화해왔다”고 이유를 밝혔다. 공개된 통화 녹음 파일에서 노벨위원회 관계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글릭은 커피가 필요하니 짧게 끝내달라고 부탁했다.
‘당신에게 노벨상은 어떤 의미냐’라는 질문에 글릭은 “모르겠다. 너무 갑작스럽다”며 망설이더니 “대단한 영광이며 제가 존경할 수 없던 수상자 몇몇과 진심으로 존경했던 수상자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사고 싶던 집을 새로 살 수 있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일상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지금도 전화가 계속 울리고 있어요."
8일(현지 시각)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집 앞에서 기자들을 만난 루이즈 글릭. /연합뉴스
글릭의 수상은 해외 언론이나 베팅 사이트에서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의외의 선택이었다. 국내에도 아직 번역돼 출간된 시집이 없다. 노벨상 관계자는 “당신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처음 읽을 만한 작품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글릭은 “불쾌해지고 싶지 않다면 제 첫 시집('Firstborn·맏이)은 피해달라”면서 “최근에 쓴 ‘아베르노’나 ‘충실하고 고결한 밤’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한림원은 글릭의 시집 ‘아베르노’를 거론하며 “하데스에게 붙잡혀 지옥으로 끌려가는 페르세포네의 신화를 환상적으로 해석한 걸작”이라고 호평했다.
글릭의 시는 고통과 트라우마 같은 삶의 문제를 자연에 빗대 자연이 주는 치유력과 삶의 복원을 노래했다. 노벨상 관계자는 “당신의 시들은 ‘살아있다는 경험’에 집중한다”면서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물었다. 하지만 글릭은 “그건 지나치게 거대한 문제고 여기는 아침 7시밖에 안 됐다”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에 대해선 생각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죠. 그렇지만 2분이 지나지 않았나요?”
백수진 기자 편집국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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