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21] 누구나 유재석이 될 수 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0.09.22 03:00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 임원이 회사에서 유머를 구사하면 빵빵 터져 ‘내가 왜 유재석을 꿈꾸지 않았는가’ 후회할 정도로 유머 감각에 자신이 있었는데, 가족 모임에서 유머를 시도했다가 썰렁한 반응에 당황했다고 한다. 회사 직원들이 예의 차원에서 격렬히 반응해 주다 보니 유머 세포가 오히려 퇴화하게 된 경우다.
비즈니스 소통 측면에서 유머의 기능을 살펴 본 여러 연구 결과는 한마디로 ‘매우 긍정적’이다. 취업 인터뷰 때 좀 난처한 질문에도 유머를 곁들여 답하는 사람이 심각하게 열심히 대답하는 사람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발표에서도 위트를 잘 섞어 이야기하는 사람이 정보 위주로 발표하는 사람보다 더 신뢰받는다고 한다. 적절한 유머를 풀 때 나를 더 유능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의 예처럼 실패한 농담의 결과는 어떨까. 의외로 나쁘지는 않다. 센스 등의 유능함은 떨어져도 썰렁한 농담이라도 할 용기가 있으니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건조한 대화를 하는 사람보다는 평가가 낫다고 한다.
그럼 최악의 유머는 무엇일까. 웃기지 못하는 것보다 상황에 부적절한 농담이다. 이런 농담은 자신감과 유능함에 대한 평가를 모두 떨어트린다. 심하면 자신의 직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유머의 핵심 공식은 정상적인 상식을 살짝 틀어 위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황에 부적절한 유머는 청중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한 CEO가 경영자 회식에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를 유머 공식에 넣어 ‘고생 끝에 골병 든다’라 변형하여 유머를 구사했다면 ‘일은 잠시 잊고 이 순간을 즐겁게 보내자’란 의미로 전달되며 통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농담을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 앞에서 한다면 마음을 상하게 하고 그날로 관계가 끝날 수도 있다.
유머는 전문가인 개그맨들도 실패 확률이 높아 쉽지 않은 기술이다. 시도한 유머가 실패했다고 너무 좌절하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유머도 많이 해야 데이터 베이스가 쌓이며 늘게 된다. 다만 상황에 부적절한 유머는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코로나 스트레스로 마음이 우울한 ‘코로나 블루’가 분노 수준인 ‘코로나 레드’에 이르렀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유머가 꼭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유머를 잘하는 사람만큼 조직에 중요한 사람이 싱거운 농담에도 잘 웃어주는 사람이다. 가정과 회사 안에 유머와 웃음이 존재할 때 항스트레스 효과와 더불어 신뢰 및 창조성 등 긍정적 요인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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