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재활로봇·휠체어車… 日, 고령화서 의료산업 금맥 캤다

최만섭 2017. 10. 16. 06:40

재활로봇·휠체어車… 日, 고령화서 의료산업 금맥 캤다

입력 : 2017.10.16 03:06

[의료산업을 병원 밖으로] [下] 고령화시대를 기회로

전세계 바이어들 일본 제품 찾아

한국, 기기 개발해도 건보 미적용… 기업들 수십억 투자 물거품 일쑤
"정부, 의료산업 체계적 지원 필요"

지난달 28일 도쿄 도쿄국제전시장에서 열린 '2017 국제 가정간호·재활기기 엑스포'. 세키구치 준지(關口淳二·65)씨는 도요타자동차가 만든 노인용 특수 차량(휠체어차) 앞에 섰다. 관절염 환자인 그는 무릎을 굽혀 자동차 좌석에 앉는 것조차 힘들었다. 업체 직원이 버튼을 누르자 차량 좌석이 왼쪽으로 90도 회전하면서 자동차에서 빠져나오더니 좌석 높이도 30㎝가량 서서히 낮아졌다. 세키구치씨가 좌석에 앉자 좌석은 회전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다.

커지는 재활·복지용품 산업

운전석에 앉은채 車 타고 내리고
운전석에 앉은채 車 타고 내리고 -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국제전시장에서 열린‘2017 국제 가정간호·재활기기 엑스포’를 찾은 세키구치 준지(關口淳二·65)씨가‘자동 승·하차 보조석’을 체험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가 개발한 이 보조석은 차량이 멈추면 좌석이 왼쪽으로 90도 회전한 뒤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와 노약자의 안전한 승·하차를 돕는다. /도쿄=이동휘 특파원
도쿄 재활기기 엑스포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매년 10만명 넘게 찾는다. 올해도 3일간 12만1528명이 참관했다. 주최 측인 일본 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바이어들이 찾아와 일본 기업들이 만든 재활기기나 복지 관련 장비들을 사 간다"고 했다. 올 9월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3514만명이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키 40㎝의 꼬마로봇 '파르로'가 지나가는 노인들에게 "오하요 고자이마스(좋은 아침이에요)"라고 인사했다. 이 로봇은 노인 요양시설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대화를 통해 치매 환자들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재활용 로봇도 인기였다.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 앉았다 일어나는 게 어려운 50대 남성은 벤처기업 사이버다인(Cyberdyne)이 개발한 로봇 슈트를 착용하자 벌떡 일어났다. 허리에 부착된 센서가 환자의 의지를 감지해 일어서도록 도와준다.

한국도 대기업부터 벤처기업까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의료기기나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연구센터장은 "고령화를 경제 발전의 기회로 삼는 역발상으로 의료산업을 개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65세 이상 인구가 현재 700만명에서 2024년에는 10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며 고령자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2015년 1조7827억원에서 2020년 3조2479억원, 복지용품도 같은 기간 1조8770억원에서 2조2907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재활이나 치료용 로봇 개발이 각광받을 분야다.

커지는 고령자 의료기·복지용품 산업

하지만 로봇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뇌졸중 등 환자의 걷기 재활 치료용 로봇을 개발했다. 환자의 양발 아래 로봇 발판을 장착해 걷기 연습을 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기존 물리치료사들이 손으로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병원에서 이용할 경우 물리치료 진료수가 1만2000원(30분)만 받으라는 얘기였다. 수십억원을 투자한 대기업으로선 한숨만 나올 뿐이다.

한국 늘어나는 고령 인구 외
그나마 폐나 복부에 바늘을 찔러 검사하는 종양(암) 치료 로봇은 현재 국내 병원에서 임상시험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임상시험에 2~3년, 신의료기술 심사에 1~2년이 걸려 총 3~5년이 지나야 건보에 적용될 수 있다"며 "자본이 부족한 회사들은 로봇을 어렵게 개발해도 중도에 손들어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건보 재정 부담만 따지기보다는 의료산업 발전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용구들도 마찬가지다. 창원의 희연병원 김양수 원장은 "병원에서 특실 환자를 위해 고급 의료용 침대나 휠체어를 사려고 해도 국산은 정밀하게 만든 제품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외국 유명 침대들은 낙상환자를 고려해 침대 높이를 최대한 낮출 수 있고, 휠체어도 탄 사람의 자세를 유지시켜주기 위해 척추가 휘어진 각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의료기기 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선 의료기기 개발 때부터 병원들과 연계해 수차례 샘플
테스트하고, 환자 만족도 자료를 축적한다"며 "그러나 우리 의료기기들은 건강보험에서 대부분 같은 가격으로 인정해 굳이 기능 개선에 나설 인센티브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방문석 교수는 "현재의 건보 저수가 정책으로는 치료·재활용 로봇을 상용화하기 어렵다"며 "전 부처가 의료산업 개발에서 육성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6/20171016001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