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전문가가 만드는 Fact Check] 유엔 대북제재 결의 10번째… 느리지만 서서히 고통 수위 높여

최만섭 2017. 9. 27. 09:06

[전문가가 만드는 Fact Check] 유엔 대북제재 결의 10번째… 느리지만 서서히 고통 수위 높여

  •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 2017.09.27 03:12

[오늘의 주제: 북한 핵·미사일 도발 강해지는데… 대북 제재는 솜방망이인가 필수조치인가]

유엔 헌장에 '인도주의 문제 야기 말라'… 회원국이 제재 이행 안 해도 처벌 못해
제재 길어질수록 북한은 우회로 찾아내 추가 조치 취할 때까지 제재 무력화시켜
그래도 허점 줄여 강도 높여가는 중… 핵·미사일 아닌 다른 선택 강제 효과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유엔 안보리는 지난 11년간 북의 핵·미사일 도발에 맞서 10번의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그러나 이런 제재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만큼 북을 압박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12일 채택된 안보리 결의는 북에 대한 원유(原油) 수출 동결, 정유제품 수출의 축소, 북한산 섬유 제품 수입 중단 및 해외 북한 노동자 고용 동결을 추가로 포함시켰다.

그러나 2014년 이후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중국의 대북원유 공급은 이번 결의에서도 빠져나갔다. 정유제품의 대북수출은 기존보다 절반으로 축소된 200만 배럴로 제한했다고 하지만 유엔 공식통계로는 2016년에도 약 200만 배럴에 머물러 있었다. 북한 노동자 송출 문제도 국가별 고용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유엔의 제재는 그 이행 과정에서 유엔 헌장 제41조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 조항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행되어야 하며, 인도주의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과 기타 국제법적 권리에 위배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 등을 강조하고 있어서 유엔 차원의 대북 전면 봉쇄는 쉽지 않다. 유엔은 제재를 시행할 때도 새롭거나 민감한 조치는 권고 사항으로 통과시켰다가 점차적으로 강제성을 높이는 '단계적 상향 조정' 과정을 따른다. 따라서 제재조치가 확대·심화되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유엔 제재는 각 국가의 국내법에 따라 이행되는 데 개별 국가가 이 제재 결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유엔은 회원국들의 제재 동참을 강제할 영향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각국은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국가별 제재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만 실제와 이 보고서 사이에는 상당한 편차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안보리 결의를 지지하고 관련 내용을 해당 기관에 통보했다고 유엔에는 보고하지만, 각국 내부의 위반 사항에 대한 사법 조치를 명시한 국가는 보고서 제출국의 3분의 1 선에 머물고 있다. 또 북한 화물 검색처럼 강압적이고 비용이 들어가는 조치들은 이행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과거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물자를 북한에 수출했던 실적이 있는 국가들은 아예 유엔에 제재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도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한 제재가 장기화될수록 '의도하지 않았던' 현상이 수반된다. 첫째는 제재를 받는 나라들이 우회로를 찾아내지만 이를 유엔 차원에서 적발해 추가 조치를 취하기까지 상당한 편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북한 역시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유엔 제재를 피해 나갈 방안을 찾아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북한의 저항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제재에 적응하는 힘이 커지는 것이다. 북한이 유엔 제재 속에서도 UNDP(유엔개발기구)와의 협력을 통한 풍력발전 사업이나 액화석유설비 운영 같은 전력 수급의 다변화를 추진해 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이런 유엔 제재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 개별 국가 차원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다. 미국이 북한과 교역이 많은 제3국에 대한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에 나선 것은 국제 제재의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런 세컨더리 보이콧이 효과를 거둔 가장 최근의 사례가 이란의 핵 동결 협상이다. 유엔이 대(對) 이란 제재를 시작한 것은 2006년 무렵이다. 북의 첫 핵실험에 따른 유엔 제재와 비슷한 시점이다. 이란이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계속하자 미국은 2010년 포괄적 이란제재법(CISADA)과 2012년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이란과 거래하는 해외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조치에 따라 이란 경제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등 타격을 받았고, 결국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후 3년 만인 2015년 이란은 핵 동결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란의 성공 경험이 북에 그대로 적응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란은 북한과 달리 석유시장 등에서 상당한 규모의 대외 거래를 해 왔고, 주민의 직접 선거로 정권 교체가 가능한 체제였다.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살펴볼 때, 대(對)이란 제재에서 발생했던 것과 같은 효과가 쉽게 나타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대북 제재의 효과를 무조건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대북 제재를 지속적으로 정교화해 나가고, 현행 제재의 허점(loophole)들을 줄여나가면 적어도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지연시키거나 개발 비용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대북제재는 북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북으로 하여금 핵·미사일이 아닌 다른 선택을 고민하도록 강
요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유엔은 군사적 조치를 결정하기 전에 비(非)군사적 조치를 우선적으로 결의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간다. 만약 대북 제재 결의가 계속됐는데도 북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완성을 고수한다면 '북에 대한 모든 옵션이 소진됐다'는 점에 국제사회가 동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 자체가 북에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6/20170926032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