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6.06 03:00
국내선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비정규직 문제…
해외선 美 보호무역과 中 물량공세 직면
포스코·현대제철 비정규직 비율
전체 근로자의 2% 미만이지만 하도급 직원 합하면 50%로 껑충
美, 한국산 철강에 반덤핑 관세… 최근엔 수입제한 움직임까지
中, 가동 중단 공장 속속 재가동
포스코가 2015년부터 추진해온 포항제철소 내 화력발전소 건설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포스코는 연간 6000억원 이상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데 최근 새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면서 자체 발전소 필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미세 먼지 감축을 위해 화력발전소에 대해 강하게 제동을 걸고 있는 만큼 무리하게 화력발전소 건립을 강행하기보다는 새 정부 정책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요즘 철강업계는 말 그대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국내에서는 새 정부가 원가 부담을 올리는 미세 먼지 저감 정책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까지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나라 밖 사정도 좋지 않다.
제2의 수출 시장인 미국은 수입 장벽을 점점 높이고, 한동안 철강 산업 구조 조정 작업을 강도 높게 펼쳤던 중국은 생산량을 다시 늘리면서 철강 가격 인하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산 넘어 산 … 정규직화에 전기료 인상 우려까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이다. 국내 양대 철강회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비정규직 비율은 2% 미만이다. 포스코가 694명(1.8%), 현대제철은 229명(1.7%)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른바 '사내 하도급 비정규직'인 소속 외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두 회사 모두 비정규직 비율이 50% 수준이 된다.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각 대기업의 고용 현황을 직접 챙겨보고, 일정 규모 이상 비정규직을 채용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그 대응책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사내 하도급 비율을 지나치게 낮추거나 전면 금지하게 된다면 비용 부담이 커져 수출 경쟁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도 철강업계엔 악재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재편해 산업 부문에서의 전력 과소비를 방지하겠다"며 사실상 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2015년 전력 소비 1위 기업은 현대제철로 그해 전기요금으로만 1조1605억원을 썼다. 영업이익(1조4641억원)에 육박하는 비용이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각각 3위, 13위를 기록했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지만, 요즘은 조용하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막 출범한 상황에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장벽 쌓고, 중국은 물량 풀고
해외 수출길도 막힐 위기다. 한국 철강업계는 지난해 미국으로 374만t을 수출해 전체 수출량의 12%를 기록했다. 미국은 중국(461만t·15%)에 이어 둘째로 큰 수출국이다. 이 미국 시장에서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제강 등 주요 철강회사들이 주력 품목에서 모두 반덤핑(AD) 관세를 부과받았다.
지난 4월 유정용 강관에 각각 13.84%, 24.92% 최종 관세율을 부과받은 현대제철과 넥스틸은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이 같은 결과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CIT 제소는 판결까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데다 결과도 보장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 기업이 대응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철강 수출국인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최근 철강 구조 조정 작업을 강도 높게 추진한 중국은 최근 다시 조강(粗鋼) 생산량이 오름세를 보이더니 4월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5월 초까지 철강 생산 설비 감축량이 올해 연간 목표치인 5000만t의 63%를 기록하는 등 감축 노력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의 설비 감축 의지가 점점 약해지고 있어, 또다시 중국발 글로벌 공급과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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