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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7 03:00
[인력난 시달리는 일본]
20년새 경제인구 1000만명 줄어… 일자리 2.8개인데 구직자는 1명
편의점들 무인 계산대 설치 계획… 2020년엔 AI가 물건 주문도
본사, 점주 정년 연장·로열티 인하
- ▲ 이동휘 특파원
지난달 10일 도쿄의 한 사무실에서 열린 '아르바이트 채용 혁명 세미나'. 편의점 점주 20여명이 포함된 참가자 5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날 강사로 나선 니쿠라 다쓰야 후나이종합연구소 컨설턴트의 질문에 손을 번쩍 들었다. 니쿠라 컨설턴트는 "요즘 같은 시대에 아르바이트생을 구한 게 신기한 것"이라며 "아르바이트생 잘 뽑는 방법에 대해 끝장 토론을 벌여보자"고 말한 뒤 세미나를 이어갔다.
이 세미나는 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소매업자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아르바이트생을 못 구해 더는 점포를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소매업자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차원에서 열린 것이다. 1시간 예정이었던 이날 세미나는 "벽 광고나 구인 잡지로는 더 이상 사람을 구하기 어렵고, 아르바이트생 일손까지 메우느라 쓰러질 지경"이라는 편의점주들의 성토와 함께 2시간가량 이어졌다. 니쿠라 컨설턴트가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아르바이트생을 구한 사례를 소개하자, 소매업자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경청했다.
- ▲ 도쿄의 한 편의점 유리창에 붙어 있는 아르바이트생 구인 광고. 편의점 주인이 자신의 사진을 넣은 이 광고에는 ‘학업과 병행이 가능하고, 수업과 수업 사이 짧은 시간도 가능합니다. 친절하고 정중하게 가르쳐 드리겠습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동휘 특파원
◇2025년 편의점서 '알바생' 사라진다
◇무인계산 로봇 실전 배치…2020년엔 'AI가 발주, 로봇이 진열'
무인계산대 전면 배치를 위한 실험도 일본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로손 오사카 모리구치점에서는 작년 말부터 물건값을 계산해 주는 점원을 볼 수 없다. 대신 손님이 편의점 입구에 있는 무인 계산 로봇 '레지로보'에 물건 담은 바구니를 내려놓으면 저절로 계산이 된다. 비닐봉지에 담아주기까지 한다. 로손과 파나소닉이 공동 개발한 레지로보는 상품에 붙은 'IC 태그'를 읽는 방식으로 계산을 한다. 다케마스 사다노부 로손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서 "아무리 편의점 직원 모집 공고를 내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다.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해 레지로보 도입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로손은 올해 도쿄 내 수십 개 점포에 레지로보를 설치하고, 2018년부터는 레지로보를 대거 확대할 계획이다. 전체 필요 노동력의 10%를 절감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 ▲ 작년 말부터 일본 오사카에 있는 모리구치점에 배치된 무인 계산 로봇 ‘레지 로보’. 이 로봇 위에 바구니를 올려두면 소비자가 구입한 물건값이 자동으로 계산된다. /파나소닉
◇점주 정년 연장…로열티 인하까지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아르바이트생을 못 구해 힘들어하는 편의점주들을 위해 본사가 '로열티(브랜드 사용료)'를 깎아주기도 한다. 세븐일레븐은 오는 9월부터 점주가 본사에 내는 로열티를 1%포인트 내려주기로 했다. 세븐일레븐이 로열티를 내린 것은 1973년 창업 이후 처음이다. 이사카 류이치 세븐일레븐 사장은 "이번 조치로 연간 영업이익이 80억엔(약 794억원)가량 줄어들지만, 손해를 감수하기로 결정했다"며 "기존 점주들이 점포 운영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새로운 점주를 유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로손은 65세였던 점주 나이 상한 벽을 작년 말 허물었다. 지난 2014년 55세에서 65세로 10년 높였는데, 2년 만에 아예 없앤 것이다. 아르바이트생을 못 구해 힘들어하는 점주들이 나이가 차서 그만두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이다. 다마쓰카 겐이치 로손 회장은 당시 지지통신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일하지 않던 고령자나 주부 등도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라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로손은 점포 운영 시스템을 더 간소화해 고령자들도 쉽게 점주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할 계획이다.
임재국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은 "저출산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가 회복된다면 현재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이 정규직으로 이동하면서 한국 편의점도 인력난에 시달릴 것"이라며 "영세한 점주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리 사업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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