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제무대 김정은 정권 퇴출론… 중국도 "金과 공존 재고할 시점"

최만섭 2017. 2. 20. 06:49

국제무대 김정은 정권 퇴출론… 중국도 "金과 공존 재고할 시점"

입력 : 2017.02.20 03:03

[김정남 암살] 김정남 암살 배후 北 추정

"北, 中이 보호한 김정남 암살… 체면 깎인 中, 강경으로 전환"
美선 김정은 암살까지 거론, '세컨더리 보이콧' 현실화할 듯
말레이시아, 부검비판 北에 반발… 우호적이었던 동남아도 등 돌려

북한이 '김정남 암살의 배후'임이 말레이시아 경찰의 발표로 공식적으로 확인되면서, 김정은 정권은 국제 무대에서 사실상 '퇴출'에 준하는 대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에서조차 "김정은과의 공존을 다시 생각해야할 시점"이란 말이 나오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김정은을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나마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동남아 국가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등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중 "김정은, 파트너로 인정 못 해"

김정남 피살 사건 직후 중국 국가안전부(국가정보원 격) 인사를 접촉한 정보 소식통은 19일 "중국 측은 김정남을 자신들이 보호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북한이 이번 일을 벌인 데 크게 당황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중국의 입장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중국이 보호하는 인물을 죽였다'고 광고한 셈"이라며 "중국은 체면을 크게 구겼다고 느끼더라"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시진핑 집권 기간에만 핵실험 세 번, 수십 차례의 미사일 발사,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에 이어 이번엔 중국이 보호해온 김정남까지 죽였다"며 "시진핑으로선 김정은을 도저히 정상회담 상대로 여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주대 김흥규 교수는 "트럼프 집권 이후 미·중 관계가 불확실해지면서 중국이 북한에 도발 자제를 강력 요청했는데도 이를 무시당했다"며 "중국의 태도가 보다 강경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 중국은 '북극성 2형' 발사 다음 날(13일) 김정은을 '뚱보'(金三�·진싼팡)로 비하하는 표현의 인터넷 검색을 허용한 데 이어, '북극성 2형'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언론 성명 채택에 동조했다.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미국의 압박에 큰 부담을 느끼는 중국으로선 북한에 사회주의 시스템을 그대로 두되 김정은을 교체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너무 몰아세우면 중국은 다시 북한을 감싸 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 정권 교체론 확산

미국은 '김정은 정권 교체론'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북한을 아주 강력하게 다루겠다"고 하는 등 대북 초강경 정책 기조를 예고한 상태다. 미 의회도 요즘 정파를 초월해 '대북 선제타격'과 '세컨더리 보이콧'을 넘어 '김정은 정권 교체'와 '김정은 암살'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자 '북한의 테러 지원국 재지정' 주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1987년 KAL기 폭파 테러 이후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했지만 2008년 북한의 '핵 불능화' 약속에 속아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뺐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 때만 해도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실현 가능성은 매우 작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우호적이던 동남아도 돌아서

김정남 암살로 국가 이미지 훼손이란 직접적 피해를 입은 말레이시아의 대북 감정은 매우 험악해진 상태다. 특히 강철 주(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가 지난 17일 현지 경찰의 김정남 시신 부검에 대해 '국제법·영사법 위반' '적대 세력과의 결탁'을 거론한 것에 대해 현지에선 "내정 간섭"이란 말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런 분위기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국가 대부분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북한이 수십 년간 공들여온 비동맹 외교의 한 축인 동남아 외교의 심각한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0/201702200031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