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물가·금리·환율 안정이 최우선이다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인수위에 과욕을 경계하라는 것과 제발 서두르지 말라는 부탁을 먼저 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도 틀리는 목표를 추구하지는 않았다. 어느 정부라도 하고 싶었을 임금 상승, 탈원전이지만 너무 빨리 성과를 올리려다가 발묘조장(拔苗助長)이 되고 말았다. 전임 대통령들의 대를 이은 직무 유기 결과 나라가 거의 마비 상태에 빠져 있고 규제 혁파, 노동시장 유연화, 교육 개혁, 연금 개혁 등 해묵은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님을 잘 알 것이다.
주택 공급 확대를 서두를 조짐이 보인다. 재개발·재건축은 일시적 공급 감소와 전월세 수요 증가로 수급 불안을 자초한다. 밀려 있던 재개발, 재건축이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추진되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 임대 사업자 육성책을 복원하여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켜 가면서 해야 할 것이다.
시급한 것은 따로 있다. 6월 1일 지방선거를 목전에 앞두고 전 정부가 묻어 놓은 지뢰를 밟는 꼴이 되고 싶지 않으면 공약에는 없더라도 발등에 떨어진 불인 물가·금리·환율 불안 해소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3.7%라는 숫자가 별로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국민이 온몸으로 느끼는 체감 물가는 이미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랐다. 전기·가스 요금 동결 등으로 억지로 눌러 놓은 것도 많고, 원자재 가격 등 소비자물가에 아직 다 반영되지 못한 요인이 줄을 서 있다.
물가 상승에 비례하여 소득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은퇴 노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터인데 이들이 지난 대선에서 당선인을 가장 많이 지지한 계층이다. 게다가 물가 상승은 내수 감소와 일자리를 만드는 생산적 투자 활동의 위축을 초래하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금융 투자나 실물 투기로 돈이 흐르게 해서 앞으로 경제 운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현 정부의 무분별한 재정 운용으로 적자 국채 발행이 급격히 늘어나서 국고채 금리는 이미 0.8%p나 올랐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작년 이미 0.75%p 인상했고, 미국도 이제 올리기 시작했다. 양국 모두 금년 중 추가 인상을 공언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빚을 얻어 주택, 주식은 물론 코인까지 투자한 젊은이들과 생업 자금 융통으로 빚이 많은 자영업자들이 더 많이 타격받는다. 가계 빚이 1800조원이니 금리가 1%p 오르면 이자 부담이 대충 18조원 는다.
물가·금리·환율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밀어 올리는 관계다. 적자 국채 추가 발행으로 금리를 더 오르게 한다면 자충수나 다름없다. 다행히 적자 국채 발행을 더 이상 않겠다는 것도 당선인의 공약이라고 하니 현재 거론되고 있는 추경은 ‘추가’가 아니라 ‘경정’이 될 것으로 믿겠다.
경직성 예산 비율이 커서 조정이 쉽지 않고, 지난 5년 정치에 너무 끌려다녔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도 부담스럽겠지만, 이참에 예산 당국의 당초 판단을 거슬러 끼어든 정치 예산을 다 걷어내자. 예비 타당성 검토를 생략한 예산은 일단 다 걷어내고 예타를 거친 후에 다시 예산에 반영해도 된다. 타당성 없는 사업은 하지 말아야 하고 사업성이 있다면 민자 유치로도 할 수 있다. 인건비도 올해 정원 확대분은 다 삭감해야 한다. 이 정부는 이미 공무원을 너무 많이 늘렸다. 연금까지 줘야 하는 인원 증원이 예산의 금기 사항임을 잊었는가? 전 부처에 올해 불용 예산이 생기면 강력한 응징이 있을 터이니 불용이 예상되는 예산은 지금 모두 자율 조정하라고 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 사업이든 창업 지원 자금이든 투융자를 지원하는 예산은 다 깎아도 된다. 코로나 사태에 대응한 전 지구적인 금융 완화로 국내외 공히 수익성 있는 투자처를 찾아 헤매는 돈이 넘쳐나고 있다. 민간에서 투자 자금을 구하지 못할 정도의 사업은 한 해 미루어도 무방하다. 일자리를 만든 적이 없는 일자리 예산도, 출산율을 떨어뜨리기만 한 출산 장려 예산도 다 한 해 쉬고 가자. 보조금 몇 푼으로 될 일이 어차피 아니다.
재정 당국은 적자 국채 추가 발행에 뒤따를 재앙의 책임을 다 덮어쓸 생각이 아니라면 일단은 적자 국채 추가 발행이 없는 추경예산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발묘조장
[ 拔苗助長 ]
拔 : 뺄 발
苗 : 싹 묘
助 : 도울 조
長 : 긴 장
《맹자(孟子)》의 〈공손추(公孫丑)〉상(上)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중국 송(宋)나라에 어리석은 농부가 있었다. 모내기를 한 이후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궁금해서 논에 가보니 다른 사람의 벼보다 덜 자란 것 같았다. 농부는 궁리 끝에 벼의 순을 잡아 빼보니 약간 더 자란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 하루 종일 벼의 순을 빼느라 힘이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하자 식구들이 기겁하였다. 이튿날 아들이 논에 가보니 벼는 이미 하얗게 말라 죽어버린 것이다. 농부는 벼의 순을 뽑으면 더 빨리 자랄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였다.
공자(孔子)도 '서둘러 가려다 오히려 이르지 못한다[欲速則不達]'라고 이와 비슷한 말을 하였다. 한국 속담에도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빨리 서두르면 도리어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는 의미가 있다. 발묘조장은 긍정적인 면으로 사용되지는 않으며, 줄여서 조장(助長)이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발묘조장 [拔苗助長]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