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도 5~6명 고위직 인사에 200억~300억 써야한다고 말해”
“정영학도 5~6명 고위직 인사에 200억~300억 써야한다고 말해”
김만배측 “정씨 녹취록서 누락” 검찰, 오늘 김만배 소환 조사
유동규, 김만배에 “직원 입단속 이따위로밖에 못하나” 질책
입력 2021.10.11 03:42
‘성남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이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와 관계사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 김만배씨가 법적으로 100% 소유하고 있는 지분 중 상당 부분이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몫으로 숨겨진 지분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검찰 조사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11일 김씨를 불러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경위, 배당 수익의 용처, 천화동인 1∼7호와의 관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2021.10.10/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2015년 3월 유동규씨가 김만배씨에게 ‘개발 이익 25%’를 약속받았고, 2020년 10월 그에 상응하는 700억원 상당을 요구해 지급을 약속받았다는 내용을 유씨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그동안 검찰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관련 녹취록,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측근인 정민용 변호사가 제출한 자술서 등을 통해 ‘개발 이익 25% 약정’ 등의 내용에 대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김만배씨 측은 이날 “녹취록에 나오는 대화 당시 정 회계사도 5~6명의 고위직 인사를 거론하면서 50억원씩 인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걸 합하면 200억~300억원 규모”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씨 측은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그 내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빠졌다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녹취록에서 고의로 제외한 것”이라고도 했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은 10여 건으로 김만배씨와 유동규씨, 남욱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의 대화가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당시 대장동 사업 추진 과정에서 쓴 비용을 정산하면서 각자 부담해야 할 금액을 정하는 단계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화천대유 측은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늘자 각자 부담한 비용을 서로 경쟁적으로 부풀렸다”고 주장해 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만배씨가 임직원 성과급으로 280억원을 지급하고 이른바 ‘50억 클럽’ 등에 썼거나 쓸 비용이 350억원이라는 취지로 얘기하자, 정영학 회계사는 “형님,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썼느냐”라며 자신도 고위직 5~6명에게 ‘인사’를 하는 데 200억~300억원을 써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로서는 김만배씨와 마찬가지로 정영학 회계사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이런 가운데 검찰은 11일 김만배씨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그동안 검찰은 유동규씨가 김만배씨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적어도 동업 관계라는 정황과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녹취록에는 김씨가 “내가 실소유주가 아니란 걸 직원들이 다 안다” “정치 자금은 내가 대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유씨가 김씨를 향해 “직원들 입단속을 이따위로밖에 하지 못하느냐. 관리를 똑바로 하라”고 질책하는 것도 있다.
지난 9일 소환 조사를 받은 정민용 변호사도 비슷한 주장이 담긴 자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정 변호사는 자술서를 통해 “유씨가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라며 ‘김씨에게 차명으로 맡겨 놓았다’고 여러 차례 내게 말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정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의 소개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전략사업팀장으로 입사해 유동규씨 밑에서 일했고, 유씨가 퇴직을 앞두고 설립한 유원홀딩스 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유씨가 향후 ‘약정액 700억원’을 수수하는 과정을 합법적으로 위장할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조계는 김만배씨가 남욱 변호사 등에게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다. 너희도 알지 않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부분도 주목하고 있다. 이는 녹취록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씨가 ‘그분’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다고 한다. 1965년생인 김씨는 유씨보다 네 살이 더 많다. 한 법조인은 “‘개발 이익 25%’를 약속받은 것은 유씨지만, 유씨 뒤에 또 다른 배후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검찰도 그런 의심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만배씨는 검찰에 출두해 정영학 회계사가 했다는 로비 관련 언급을 진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인은 “되도록 빨리 뭐라도 수사 성과를 내놓아야 할 검찰로서는 이번 김씨 조사가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도 “검찰이 ‘정영학 녹취록’에 주로 의존해 수사해왔는데 김씨의 새로운 주장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고 했다. 녹취록이 작성될 당시 정 회계사는 “국제 회계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김만배씨와는 달리 천화동인 배당금 등 자기 몫에 해당하는 800억원을 모두 지급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 수사도 중요하지만 “대장동 사건 수사의 핵심은 유동규씨의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 규명”이란 지적이 나왔다. 유동규씨가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에게 수천억 원의 이익을 몰아주도록 사업을 설계했는데 과연 유씨가 독자적으로 그런 결정을 했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개적으로 ‘대장동은 내가 설계했다’고 했기 때문에, 수사팀으로선 ‘유동규 윗선’ 개입 여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최근 성남도시개발공사 간부들을 잇달아 소환해 대장동 사업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들어갔다가 몇 시간 만에 빠진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이재명 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대법원 무죄판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최근 권 전 대법관을 사후 수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단체 관계자를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권 전 대법관이 퇴임 후 화천대유에서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고 근무한 배경 등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것이다.
한편 검찰과 별개로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미국 도피 중인 남욱 변호사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7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고 10일 밝혔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와 함께 대장동 사업을 초기부터 추진한 핵심 인물이지만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직전에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주요 수사 대상자인 남 변호사와 연락이 닿지 않아 공조를 요청했다”며 “인터폴을 통해 미국 경찰력이 동원돼 업무 수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표태준 기자
사회부 법조팀 표태준 기자입니다
유종헌 기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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