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언론이 얘기해 강제수사… 尹 죄 있나 없나는 다음 문제”
공수처 “언론이 얘기해 강제수사… 尹 죄 있나 없나는 다음 문제”
[윤석열 입건] 논란 휩싸인 공수처 수사
입력 2021.09.11 03:0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제기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지난 9일 윤 전 총장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어 하루 만인 10일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거론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손준성 검사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해 공개 수사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이날 공수처 관계자가 “윤 전 총장의 범죄 혐의는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 누설, 개인정보보호법·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가지”라고 밝히기까지 그 과정이 초스피드로 이뤄졌다.
공수처는 10일 오후 3시 30분쯤 언론 브리핑을 열고 윤 전 총장 등을 입건한 이유와 혐의, 압수 수색 배경 등을 공개했다. 그 시간 김 의원 사무실에서는 압수 수색 절차를 두고 공수처 검사·직원들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치 중이었다. 이날 김 의원 사무실 압수 수색은 김 의원 측 반발로 무산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윤석열 검찰의 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10일 김기현(왼쪽에서 셋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수처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공수처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고발장 접수 4일 만에 압수 수색을 한 데 대해 “(의혹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범죄 아니냐. 국민적 관심이 높고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신속하게 하라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사건 특성상 증거 확보가 시급했고, (증거의) 훼손 우려도 크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아직 혐의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란 얘기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명쾌히 밝히라’는 사설⋅칼럼⋅기사들이 나오고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고 언론에서 이야기해서 강제 수사를 한 거지,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다음의 이야기”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를 언론 때문에 피의자로 입건했다는 것인데 말이 되느냐”고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을 입건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동안 (언론이) 수사정보정책관이 총장의 오른팔이라고 했고, 윤석열이 나를 수사하라고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공수처가 윤 전 총장에게 적용했다는 4가지 혐의를 나열했다. 그는 “정확한 죄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직권 남용, 공무상 비밀 누설, 개인정보보호법,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라고 답했다. “공직선거법의 경우 공수처 대상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관련 범죄에 포함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근 들어 수사기관이 압수 수색 단계에서 수사 대상자의 범죄 혐의를 밝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사 과정에서 죄목 등이 바뀔 가능성이 있고 경우에 따라 무혐의 결론이 나올 수도 있어 섣불리 공개했다간 당사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여권은 당장 윤 전 총장에게 ‘범죄자’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에 공수처 브리핑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수사 결과가 아닌 것으로 나오면 공수처가 어떻게 책임지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 혐의를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거듭 이어지자 공수처 관계자는 “현재 범죄 혐의를 포착했다는 게 아니다”라며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열심히 수사했는데 죄가 안 된다면 불기소 처분한다고 이야기하고, 증거 없고 법리 검토해서 아니면 (검찰에) 이첩하면 되는 거다”라고도 했다.
한편, 이번 의혹 수사를 담당한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에는 조국 전 법무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 비리 사건의 공범 격인 인사를 변호했던 검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LKB 변호사 출신인 김숙정 검사로, 그는 LKB에서 여권의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처리 사건 변론을 맡기도 했다.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으로도 근무했던 그는 지난 4월 공수처 검사로 임명됐다.
최재훈 기자
'현장을 떠나지 말자'는 각오로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사건 사고가 있는 곳에 삶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기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함께 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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